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혹평을 받았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리뷰 댓글마다 반박을 다셨다고요.
그러다 정작 그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셨답니다. 그 분은 작가를 존경해서 그랬다고 하셨습니다. 읽지 않은 책을 지키는 마음은 존경보다 숭배에 가깝습니다.
존경과 숭배는 둘 다 누군가를 나보다 높은 자리에 두고 받드는 마음입니다.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 사람의 일을 응원하고, 누가 깎아내리면 마음이 상합니다. 높인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존경은 그 사람의 흠까지 보면서도 훌륭한 점을 높이는 마음이고, 숭배는 흠을 보지 않고 그 사람을 무조건 받드는 마음입니다.
존경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작가의 문장이 좋아서, 그 사람의 태도가 바르다고 느껴서 높입니다. 이유가 있으니 그 이유에 맞지 않는 부분도 보입니다. 이번 책은 아쉬웠다고 말할 수 있죠. 그래도 존경은 그대로입니다. 흠이 존경을 무너뜨리지 않으니까요.
동경과 존경, 경외감과 존경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숭배와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숭배에는 의심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한 일이면 무엇이든 옳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숭배하는 사람은 흠을 지적하는 말을 그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죠. 읽지 않은 책을 위해 댓글을 단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키고 있던 것은 책이 아니라 그 사람의 높은 자리였던 겁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숭배는 그 사람이 실수했을 때 크게 무너지기 쉽습니다. 흠을 볼 준비가 없었으니까요. 존경은 그런 날에도 남아 있겠지요.
존경이라면 그 사람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함께 말하셔도 됩니다. 그게 오히려 존경을 단단하게 합니다.
숭배라면 먼저 그 책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됩니다. 직접 본 것으로 판단하는 순간 숭배는 존경 쪽으로 한 걸음 옮겨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높이 받드는 것은 같습니다. 아쉬운 점을 말할 수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