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산 정상에 오르신 분이 계셨습니다. 구름이 바다처럼 깔려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그대로 도로 주머니에 넣으셨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을 존경스러웠다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런데 산을 존경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그 감정은 경외감입니다.
경외감과 존경은 둘 다 무언가를 나보다 높은 자리에 두는 감정입니다.
말수가 줄고, 자세가 바르게 되고,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됩니다. 겉모습이 비슷하니 한 단어로 부르기 쉽죠.
경외감은 두려움이 섞인 우러름이고, 존경은 두려움 없이 높이 받드는 마음입니다.
경외감은 대상이 나보다 압도적으로 클 때 옵니다.
산, 바다, 밤하늘처럼 내가 다 헤아릴 수 없는 것 앞에서 옵니다. 나를 한순간에 작게 만드는 크기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경외감에는 약간의 떨림이 들어 있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과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사진을 못 찍으신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담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았던 겁니다.
존경은 사람의 됨됨이나 행실을 보고 생깁니다.
누군가를 존경한다고 하시면 대개 이유가 따라 나옵니다. 약속을 지키는 분이라서,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서 같은 것들이요. 이유가 있으니 두려움이 필요 없습니다.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는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경외하는 것 앞에서는 편안해지기 어렵죠.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사람에게도 경외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크기를 내가 가늠할 수 없을 때입니다. 그때는 존경과 경외가 겹쳐 있는 거고요.
존경이라면 그 사람의 무엇을 존경하는지 적어볼 수 있습니다. 이유가 있는 감정이니까요.
경외감이라면 이유를 찾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크기 앞에서 작아진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 크기를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올려다본 것은 같습니다. 떨림이 있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