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을 깜빡한 것보다 그다음이 더 어렵다는 말씀을 자주 들어요. 저도 그 마음을 알아요.
케이크를 하루 늦게 사 가시면서 물어보신 손님이 계셨어요. 오늘 사면 더 이상하지 않겠냐고요.
그 마음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다음 날 갑자기 챙기면, 잊었다는 걸 스스로 알리는 셈이 되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냥 넘어가세요. 늦은 인사보다 조용히 지나가는 쪽을 고르시는 거예요.
이건 반대편 얘기를 들어봐서 알아요. 저희 가게에 그 반대편에 계신 손님들도 오시거든요.
기다리는 쪽이 서운한 건 잊혔다는 사실 자체보다 아무 말도 없었다는 것인 경우가 많았어요. 하루 늦게라도 연락이 오면 그날로 대개 풀리더라고요.
같은 망각인데 받는 쪽에서는 이렇게 갈려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커요.
늦게 말할 때 길게 설명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게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요.
바빴다거나 정신이 없었다는 말은 듣는 쪽에서 그럼 나는 뒷순위였구나로 옮겨가거든요. 저도 들어본 적이 있어서 알아요.
차라리 짧게 사실만 말씀하시는 게 나아요. 깜빡했다고, 미안하다고요. 그다음에 지금이라도 챙기고 싶다고 붙이시면 충분해요. 짧을수록 진짜로 들려요.
늦은 인사가 안 하는 인사보다 항상 나았어요. 예외를 본 적이 없어요.
이걸 성의 문제로 보시면 계속 반복돼요. 저는 기억력 문제가 아니라 장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게 일도 그래요. 저도 단골손님 생신을 몇 번 놓치고 나서 그냥 적어두기로 했어요. 적어두니까 성의가 생기더라고요. 순서가 반대였던 거예요.
세 번째가 은근히 중요해요. 날짜만 알고 뭘 할지 모르면 그날 또 미루게 되더라고요.
지금이라도 한 줄 보내시면 돼요. 며칠 지났어도요.
늦었으니 그냥 다음에 잘하자는 생각이 제일 위험해요. 그 다음이 오기 전에 마음이 한 겹 쌓이거든요. 저는 그렇게 멀어지는 사이를 몇 번 봤어요.
오늘 문득 떠오른 날이 있으시면 그게 신호예요. 늦은 김에 한 번 더 늦추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