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요즘 잘 안 풀린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안됐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숨이 한 번 길게 나가더라고요. 그게 안도였다는 걸 저는 바로 알았습니다.
집에 와서 그 숨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힘들다는데 마음이 놓였다니, 제가 나쁜 사람 같더라고요.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는 종류의 부끄러움이었네요. 그날은 창가에 꽤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서 잠깐 쉰다. 그 쉼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늘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지나서 생각해보니 조금 다르게 보이더군요.
제가 안도한 건 친구가 힘들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나만 뒤처진 게 아니라는 쪽이었어요. 그러니까 그 숨은 친구를 향한 게 아니라 저 자신한테 나간 겁니다.
방향을 잘못 읽고 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았던 셈이군요.
그런 안도가 나온다는 건 평소에 계속 재고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누가 앞서 있고 누가 뒤에 있는지를 저도 모르게 세고 있었던 겁니다. 세는 걸 멈춘 적이 없으니 잠깐 순위가 흔들렸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한 거고요. 부끄러운 건 그 숨이 아니라 늘 세고 있었다는 쪽인걸요.
이상한 건 안도하면서도 걱정이 같이 됐다는 겁니다.
두 마음이 순서대로 온 게 아니라 거의 같이 왔어요. 그날 저는 친구한테 연락을 두 번 했네요. 안도한 사람이 그러지는 않잖아요.
사람 마음이 한 겹이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요. 한 겹만 보고 자기를 판정하면 대개 틀립니다.
저는 이제 그 숨을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대신 그다음에 뭘 하는지를 봅니다. 연락을 하는지 안 하는지, 자리를 지키는지 아닌지요. 마음은 제멋대로 오지만 행동은 고를 수 있는걸요.
오늘 누군가의 나쁜 소식에 잠깐 마음이 놓이셨다면, 그걸로 자기를 오래 나무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그 사람을 덜 아껴서가 아니라 그동안 너무 오래 쫓기고 계셨다는 신호에 가깝겠지요. 저도 그런 숨을 쉰 적이 있어요. 이런 얘기라면 여기서 하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