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을 놓고 한참 고민하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결국 한 권을 빌려 가셨죠. 그런데 사흘 뒤에 오셔서 나머지 한 권을 찾으시더군요. 빌려 간 책은 반도 안 읽었다고요. 자꾸 다른 쪽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서라고 하셨습니다.
책 한 권의 일이지만 많은 선택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죠.
안 고른 쪽은 시험받지 않았습니다. 고른 것은 실제로 겪으면서 흠이 보이는데, 안 고른 것은 상상 속에서만 있으니 흠이 없죠. 고른 순간 잃은 게 생깁니다. 하나를 가지면 나머지는 놓칩니다. 사람은 얻은 것보다 놓친 것을 더 크게 느끼곤 하더군요. 선택지가 많을수록 심해집니다. 둘 중 하나보다 열 중 하나를 고를 때, 놓친 게 아홉이니까요.
돌아보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음 선택을 위해 배우는 거라면요.
다만 후회가 지금 고른 것을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 손님처럼 빌려 간 책을 반도 못 읽게 되는 겁니다. 두 권 다 제대로 못 읽게 되는 셈이고요.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운명을 사랑하는 공식을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 것, 앞으로도 뒤로도. 앞서 아모르 파티를 적었는데, 그 말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 바로 이런 때일 겁니다.
모든 선택을 사랑하라는 건 무리겠죠. 그래도 이미 고른 것을 한 번은 제대로 살아 보라는 말로 읽을 수는 있습니다.
네가 고르지 않은 길은 늘 아름답다. 아무도 걸어 보지 않았으니까. 네 길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걷는 발뿐이다.
고른 이유를 적어 두십시오. 고를 때의 이유를 잊으면 나중엔 안 고른 이유만 남습니다. 비교는 시간을 정해 두고 하십시오. 끝까지 써 본 뒤에 돌아봐도 늦지 않습니다. 작은 선택은 빨리 고르십시오. 오래 고민한 선택일수록 기대가 커지고, 기대가 크면 후회도 큽니다. 안 고른 쪽을 다음 기회로 남겨 두십시오. 놓친 게 아니라 미룬 거라고 생각하면 한결 가볍죠.
그날 그 손님께 먼저 빌린 책을 끝까지 읽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머지는 예약을 걸어 두시고요. 두 주 뒤 반납하시면서 그러시더군요. 끝까지 읽으니 이쪽도 좋았다고.
고른 순간에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이 정해지는 건 아닐 겁니다. 저는 제가 고른 것을 끝까지 살아 보는 쪽으로, 그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