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아이는 드립 커피 한 잔에 에스프레소 한 샷을 더 넣은 메뉴예요. 이름은 밤새 비행기를 타고 눈이 빨개진 사람들이 찾던 커피라는 데서 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한마디로 밤을 버티려는 사람을 위한 잔이에요.
밤 아홉 시쯤 오시는 손님이 계세요.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신대요.
레드아이를 시키시면서 그러셨어요. "오늘 밤은 이게 제 동료예요." 웃으면서 하신 말인데 저는 좀 짠했어요. 그 뒤로 그분이 오시면 샷을 넣기 전에 한 번 더 여쭤봐요. 오늘도 긴 밤이냐고요.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흔히 이렇게 불러요.
드립 커피만으로도 카페인이 꽤 들어 있어요. 거기에 샷이 더해지니까 한 잔이 두 잔 몫이 돼요.
생각보다 쓰기만 하진 않아요. 드립의 가벼운 향 위에 에스프레소의 묵직함이 얹혀요. 산미 있는 드립에 초콜릿 느낌의 샷을 넣으면 꽤 잘 어울려요.
다만 원두 궁합이 안 맞으면 둘이 싸워요. 그래서 저는 드립용 원두랑 샷용 원두를 따로 맞춰서 내요. 이건 제 고집이기도 해요.
사실 저는 이 메뉴를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아요.
첫째, 꼭 깨어 있어야 하는 밤에만 드세요. 습관이 되면 한 잔으로는 안 버텨져요.
둘째, 한 잔으로 끝내세요. 레드아이 두 잔이면 드립 네 잔 가까이 마신 셈이에요.
셋째, 옆에 물을 꼭 두세요. 커피만 마시면 입이 금방 마르고 속도 쓰려요.
야간 근무 끝나고 집에 가서 자야 하는 분이라면 근무 초반에만 드시는 게 좋아요. 새벽에 마시면 퇴근하고도 잠이 안 올 수 있거든요.
버텨야 하는 밤이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커피가 유일한 동료는 아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