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를 시키신 손님이 잔을 받으시고 물으셨어요. 이게 아메리카노랑 뭐가 다르냐고요.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내려서 나란히 놓아드렸어요. 두 잔을 번갈아 드시더니 "아, 다르네요" 하시더라고요. 오늘은 그 차이를 적어볼게요.
이게 전부라고 해도 될 만큼 큰 차이예요.
에스프레소는 곱게 간 커피에 기계가 센 압력으로 물을 밀어 넣어요. 이십 초 남짓이면 끝납니다. 짧고 세게 뽑는 방식이에요.
핸드드립은 반대예요. 굵게 간 커피 위로 물을 천천히 부어서 삼 분쯤 걸쳐 내려요. 압력은 없고 물의 무게만으로 지나갑니다. 짧고 세게 뽑느냐, 길고 부드럽게 흘리느냐. 그 차이가 잔에 그대로 나타나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은 거니까 성격은 에스프레소 쪽이에요. 그래서 드립이랑 나란히 두면 같은 원두여도 결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건 가게 하면서 알게 된 건데요.
산미가 살아 있는 좋은 원두는 드립으로 내렸을 때 향이 훨씬 잘 드러나요. 에스프레소는 워낙 진하게 뽑히다 보니 섬세한 향이 좀 묻히거든요.
반대로 강하게 볶은 원두는 에스프레소가 잘 맞아요. 고소하고 묵직한 게 진하게 뽑히면서 살아납니다. 그래서 가게들이 두 가지 원두를 따로 두는 거예요.
드립은 한 잔 내리는 데 삼 분쯤 걸려요. 바쁜 아침에 줄 서 있는데 드립을 시키면 뒤가 밀립니다. 그래서 출근길엔 대개 에스프레소 계열이 나가요.
반대로 밤에는 드립이 좋아요. 어차피 오래 앉아 계실 거고, 내리는 동안 향이 가게에 퍼지거든요. 저는 늦은 시간에 드립 시키시는 손님이 반가워요. 그 시간 자체를 사시는 거니까요.
급할 땐 에스프레소, 시간이 있으면 드립. 저는 그렇게 나눠서 권해드려요.
집에서 하실 거면 드립이 훨씬 쉬워요. 기계가 필요 없고 물 붓는 것만 익히면 되니까요.
두 잔을 나란히 놓고 드셨던 그 손님은 요즘 밤에 오시면 드립을 시키세요. 낮에 오시면 아메리카노를 시키시고요. 자기 기준을 찾으신 거죠. 그게 제일 좋은 결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