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 두툼해져서 열어봤네요. 영수증이 한 뭉치였어요.
꺼내서 훑어보니 석 달 전 것부터 있더라고요.
받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걸요.
그냥 그 자리에서 버릴 데가 없어서 지갑에 넣은 거지요. 그러고 잊어버리고요. 계산대 앞에서 손이 갈 데가 거기밖에 없었던 셈이군요.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버릴 자리를 못 찾은 채로 들고 온 것이다.
버리기 전에 한 번 훑었어요.
어디에 갔고 뭘 먹었는지가 순서대로 나오더라고요. 기억도 안 나는 날짜가 있고요. 일기를 안 써도 이게 남아 있는 셈이군요.
그중에 한 장을 안 버렸어요.
누구랑 같이 갔던 날 거였어요. 그걸 보니까 그날이 떠오르더라고요. 영수증 한 장에 그런 게 붙어 있는 줄은 몰랐네요.
혹시 이래서 쌓아두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버리려고 꺼낼 때마다 한 번씩 훑게 되니까요. 훑으면 몇 장은 남기게 되고, 그러다 또 쌓이고요. 정리를 하려다 오히려 늘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안 훑고 버리게 되는걸요.
집이 아니라 나가는 길에 버려요. 집에서 버리려고 하면 앉아서 보게 되니까요. 밖에서 버리면 훑을 자리가 없어서 그냥 버려집니다.
안 버린 그 한 장은 아직 지갑에 있어요.
여기 두면 또 두툼해질 테고, 어디 옮기자니 마땅한 데가 없고요. 결국 그것도 나중에는 버리게 되겠지요. 다만 지금은 아직 꺼내볼 때가 있어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쌓인 걸 훑어보면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가 다 나오는걸요.
버리기 전에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오늘 지갑이 두툼하시면 한 번 꺼내보시고, 한 장만 남기고 버리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