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표가 지갑에 몇 주째 있습니다. 다른 걸 꺼낼 때마다 같이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네요.
가게 앞은 거의 매일 지나갑니다. 그런데 문은 안 열었어요.
들어가서 표를 내고 받아 오면 끝나는 일이에요.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돈이 아까워서도 아닙니다. 그냥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이유를 대라면 댈 말이 없는걸요.
미루는 일에는 대개 이유가 없다. 이유가 있었다면 벌써 하거나 그만두었을 것이다.
맡기는 건 잘합니다.
맡길 때는 뭔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데 찾아오는 건 다릅니다. 찾아오면 다시 제 옷장에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고, 계절이 지났으면 정리도 해야 하고요. 끝내는 일에는 그다음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맡긴 채로 두는 게 편한 셈이군요.
생각해보니 그런 게 여럿입니다.
고치겠다고 빼둔 물건, 답하겠다고 열어둔 메시지, 언제 한번 하자고 해둔 약속 같은 것들요. 다 시작은 했고 끝은 안 냈습니다. 지갑 속 표는 그중에 눈에 보이는 하나일 뿐인걸요.
그게 이 일의 이상한 점입니다.
안 찾아와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세탁소에서 재촉하지도 않고 저도 그 옷 없이 잘 지냅니다. 급하지 않으니까 계속 뒤로 가는 거겠지요.
급한 일만 하다 보면 이런 것들이 계속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순서를 안 정합니다.
목록을 만들면 그것부터 부담이 되더라고요. 대신 지나는 길에 하나만 합니다. 오늘 그 앞을 지나면 들어가고, 안 지나면 안 하고요. 그러다 보면 몇 주에 하나씩은 없어집니다.
며칠 전에 드디어 그 옷을 찾아왔습니다. 사장님이 오래 걸렸다고 웃으시더군요.
받아 들고 나오는데 별것도 아닌 일에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남겨둔 게 하나 줄어서 그런 거겠지요.
오늘 맡겨놓고 안 찾은 게 있으시면, 지나는 길이면 한 번 들러보셔도 좋겠네요. 안 지나시면 다음에 하셔도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