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저녁 먹고 나서 이상한 말을 물고 왔어요.
강미연 코인을 사고파는 데 중에 회사가 아예 없는 곳이 있대요. 주인도 직원도 없다더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안 믿겼어요. 앞서 코인 거래소가 어떻게 버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그때는 회사가 있고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였는데요. 주인이 없으면 누가 장부를 맡고 누가 돈을 굴리나요?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부터 물었어요.
언니가 조카한테 들은 순서대로 옮겨 줬어요. 보통 거래소는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주문을 회사가 받아서 짝을 맞춰 준대요. 우리가 아는 업비트나 빗썸 같은 데가 그 방식이고요.
그런데 회사 없는 쪽은 그 짝 맞추는 일을 미리 적어 둔 규칙이 대신 한대요. 사람이 앉아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이더리움 같은 장부 위에 규칙을 얹어 두고 조건이 맞으면 저절로 오가게 해 둔 거라는데요.
신미혜 무인 채소가게 같은 거예요. 주인은 없고 저울이랑 값표랑 돈 넣는 상자만 놓여 있는 셈이죠.
저는 이게 제일 궁금했어요. 회사가 없으면 맡길 데도 없는 거잖아요. 그럼 사고팔기 전까지 내 몫은 어디에 있나요?
강미연 자기 지갑에 그대로 두고, 살 때만 지갑을 잠깐 이어 붙인다더라고요.
앞서 코인 지갑을 알아볼 때 나왔던 그 얘기랑 이어지잖아요. 거래소에 맡겨 두는 방식이랑 내 지갑에 쥐고 있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던 그 대목요. 회사가 없는 쪽은 후자인 거고요. 회사가 문을 닫아서 내 몫이 묶이는 일은 없는 대신, 잃어버려도 찾아 줄 사람이 없는 거잖아요.
여기서 저는 좀 놀랐어요. 보낼 데를 잘못 적으면 어떻게 하나요?
되돌릴 데가 없대요. 은행이면 창구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회사 있는 거래소면 적어도 물어볼 데는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물어볼 사람 자체가 없다는데요. 규칙에 적힌 대로 이미 오갔으니 그걸로 끝이라고요.
신미혜 무인 가게에 돈을 두 번 넣어도 도로 달랄 데가 없는 거예요.
게다가 규칙을 적은 것도 결국 사람이라 거기에 구멍이 있으면 그 구멍대로 새어 나간다고 들었어요.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대요. 주인이 없다는 게 편한 쪽으로만 오는 게 아니잖아요.
이유는 하나로 들리더라고요. 맡기지 않아도 되니까요. 회사에 맡겨 두면 그 회사를 믿어야 하는데, 믿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여러 번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예 맡기지 않는 방식을 짜 본 거고요.
그러니까 믿을 대상을 사람에서 규칙으로 옮긴 셈이잖아요. 대신 규칙이 틀렸을 때 사정을 봐줄 사람도 같이 사라지는 거고요. 어느 쪽이 나은지는 저희가 판정할 자리가 아니에요.
강미연 영상에서도 그건 각자 사정이라고 하더라던데요.
나라마다 이런 걸 어떻게 다루는지도 다르고, 그 대목은 밖에서 알기 어렵다고 했어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정리하면 이래요. 회사가 짝을 맞춰 주는 대신 미리 적어 둔 규칙이 그 일을 해요. 내 몫은 내 지갑에 있고, 그래서 회사가 닫혀도 묶이지 않아요. 대신 잘못 보내도 되돌릴 데가 없고 규칙에 구멍이 있으면 그대로 새요.
편한 쪽만 보고 고를 일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알아낸 건 그 구조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까지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잖아요.
신미혜 주인 없는 가게는 값이 아니라 마음가짐 문제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