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책 두 권을 빌려 가셨다가 둘이 반대로 말한다며 물으러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고요.
저는 그 물음이 좋았습니다. 한 권만 읽으셨으면 안 나왔을 물음이니까요.
앞서 강의로 들어가서 책으로 나오라고 적으면서 지도 얘기를 했는데, 책도 같습니다.
한 권을 읽으면 그 저자가 그린 지도를 갖게 됩니다. 정리가 잘 된 책일수록 그 지도가 완전한 듯 여겨지죠. 그러면 그 바깥은 없는 것처럼 됩니다.
두 권을 읽으면 그게 깨집니다. 지도가 둘이면 서로 다른 데가 드러나니까요.
두 권이 다르게 말하는 대목이 나오면 그게 아직 정해지지 않은 자리입니다.
학계에서 논쟁 중이거나, 자료가 부족하거나, 보는 관점이 다른 지점이죠. 한 권만 읽으면 그 자리가 확정된 사실처럼 넘어갑니다.
앞서 정보가 맞는지 가리는 기준에서 여러 자료를 같이 보라고 적었는데, 그 방법이 책 단위에서는 이렇게 됩니다.
아무 두 권이나 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고르시면 됩니다.
결이 다른 두 권. 같은 입장의 책 두 권은 그냥 반복입니다. 앞서 한 저자를 이어 읽는 법에서 지도가 여러 개여야 사이가 보인다고 적었는데 그 조건이 여기서도 필요하죠.
시기가 다른 두 권. 오래된 것과 최근 것을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바뀌었는지가 보입니다.
분량이 다른 두 권. 얇은 걸로 들어가고 두꺼운 걸로 확인하는 순서요.
앞서 여러 권 같이 읽는 방법에서 결이 겹치면 섞인다고 적었는데, 같은 주제 두 권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한 권을 끝내고 다음 권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두 번째 책을 읽는 동안 첫 책과 다른 대목이 나오면 그때 표시해두시면 됩니다. 다 읽고 그 표시만 다시 보시면 되죠.
그분께 저는 답을 안 드렸습니다. 대신 두 책이 각각 무엇을 근거로 대는지 같이 봤습니다.
한 책은 자료를 댔고 다른 책은 안 댔더군요. 그것만으로도 판단이 되셨습니다.
두 권을 읽는 목적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아직 안 정해졌는지를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