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한 분이 휴대폰 영상을 보여 주셨습니다. 딸이 강아지 옆에 엎드려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고 있었죠. 사람 앞에선 소리 내어 읽기를 싫어하는데, 이렇게는 끝까지 읽더라고요. 뉴스에서 비슷한 걸 보고 해 봤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뉴스는 다른 나라 도서관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훈련받은 개 옆에 앉아 소리 내어 책을 읽어 주는 방식이라고 하죠. 개는 조용히 듣기만 하고요.
손님들 말로는 미국 같은 곳에서 오래전부터 해 온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분이 계셨죠. 운영 방식은 곳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들려준 이유는 대개 이랬습니다.
틀려도 고쳐 주지 않습니다. 사람 앞에서 읽으면 틀린 곳을 바로 지적받죠. 개는 그냥 듣습니다. 비교하지 않습니다. 형이나 친구보다 느리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아이가 "가르치는 쪽"이 됩니다. 개에게 읽어 준다고 생각하면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죠. 그게 자신감을 준다고 하더군요.
앞서 소리 내어 읽는 효과를 적은 적이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눈으로만 읽을 때 놓치는 것을 잡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아이들에겐 그 소리 내기가 평가받는 순간이 되기 쉽습니다. 앞서 아이가 책을 안 읽는 이유를 적으며, 시키면 시킬수록 멀어진다고 했던 것도 같은 이야기였죠.
개가 하는 일은 결국 평가 없이 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 자리는 개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인형이어도, 동생이어도, 고개만 끄덕이는 어른이어도요.
들어 주는 귀가 있을 때 목소리는 자란다. 고쳐 주는 입보다 기다려 주는 귀가 먼저다.
그 어머니는 그날 강아지가 나오는 그림책 두 권을 빌려 가셨습니다. 딸이 개에게 읽어 줄 책이라고요. 다음에 오셔서는 딸이 이제 엄마한테도 읽어 준다고 하시더군요. 틀려도 엄마가 가만히 듣기로 약속했다고요.
아이가 용감하게 읽는 자리는 어른이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서가에서 아이들이 틀려도 괜찮은 자리를 하나씩 더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