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다 읽어버려서 살 까닭이 없어졌다고 하시며 멋쩍어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나쁜 짓을 하신 것처럼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그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앉아서 읽을 때보다 서서 읽을 때 속도가 붙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몸이 불편하니까 빨리 끝내려는 쪽으로 읽기가 바뀝니다. 앞서 책 읽다 졸리는 이유를 적으면서 자세 얘기를 했는데, 이쪽은 반대 방향이고요. 편하면 늘어지고 불편하면 빨라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붙으면 눈이 더 급해지죠. 그래서 얇은 책은 서점에서 끝나버립니다.
여기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덜 남습니다.
급하게 읽으면 줄거리나 요지만 걸립니다. 문장이 안 남고요. 앞서 배속으로 듣는 습관을 적었는데 거기와 비슷한 자리죠.
그러니 서서 다 읽으신 책이 정말 좋았다면, 그건 다 읽은 게 아니라 한 번 훑으신 것에 가깝습니다. 다시 읽을 값이 아직 남아 있는 거고요.
저는 이렇게 나눠서 말씀드립니다.
한 번 알면 끝나는 책. 정보를 찾으러 보신 거면 서점에서 확인하고 나오셔도 됩니다. 도서관에서 빌리셔도 되고요. 문장이 좋았던 책. 이건 사시는 게 맞습니다. 다시 펼 책이거든요. 밑줄을 긋고 싶었던 책. 손이 먼저 알아봅니다. 앞서 밑줄 망설여질 때를 적었는데, 긋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내 책이어야 하죠.
그 마음을 없애시라고는 안 하겠습니다. 다만 방향을 바꾸실 수는 있어요.
서점에서는 고르고 읽기는 다른 데서 하시면 됩니다. 서점은 원래 고르는 자리고, 그건 미안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좋았던 책은 한 권 사십시오. 열 권 훑고 한 권 사는 건 서점 쪽에서도 손해가 아닙니다. 고르지 않으면 살 일도 없으니까요.
훑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다. 다 봤다고 느낀 책이 아직 안 읽힌 경우가 많다.
그 책을 우리 관에서 빌려 가셨습니다. 앉아서 다시 읽으셨고요.
그러고는 사셨습니다. 서점에서 읽으신 건 그 책이 아니었던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