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동안 빌려만 가시고 한 권도 못 읽으셨다며 미안해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저한테 미안해하실 일이 아닌데 그러시더군요. 이 시기는 읽는 사람이면 대개 겪죠.
안 읽히는 시기에 사람들은 자기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책이 안 맞나 싶으신 거죠.
그런데 그 시기를 겪은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책 쪽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일이 몰렸거나, 잠이 얕았거나, 마음 쓰이는 일이 있었거나요. 앞서 안 하던 실수가 늘 때 마음이 다른 방에 가 있다고 적은 적이 있는데, 읽기도 같습니다.
읽는 데도 힘이 듭니다. 남는 힘이 없으면 안 되죠.
이때 흔히 하는 게 더 밀어붙이는 겁니다. 하루 몇 쪽이라도 읽자고 정하시죠.
그런데 안 되는 시기에 밀어붙이면 읽기가 실패의 기록이 됩니다. 오늘도 못 읽었다는 게 매일 쌓이면 다음에 책을 잡기가 더 어려워지죠. 앞서 일기가 끊기는 자리를 적었는데 같은 구조입니다.
그만두라는 말씀은 아니죠. 다만 같은 방식으로 버티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얇은 걸로 바꾸십시오. 앞서 얇은 책 얘기에서 적었듯 끝이 보이면 손이 나갑니다. 듣는 쪽으로 바꾸십시오. 오디오북이면 눈을 안 써도 되죠. 읽던 걸 덮으십시오. 지금 안 읽히는 그 책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한 편짜리로 가십시오. 시나 단편처럼 한 번에 끝나는 것이요.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군요. 한 달쯤 안 읽으셔도 됩니다.
앞서 쉬는 걸 미안해하는 마음을 적었는데, 읽기에도 그게 붙습니다. 안 읽은 기간을 손해로 세면 그 시기가 더 길어지죠. 쉰 뒤에 돌아온 사람을 저는 많이 봤습니다.
돌아올 때는 대개 예전에 좋았던 책으로 돌아오시더군요.
안 읽히는 시기는 읽기를 그만둔 시기가 아니라, 잠깐 다른 걸 하고 있는 시기다.
저는 그냥 두 주 더 빌려 가시라고 말씀드렸죠. 안 읽으셔도 된다고요.
한 달쯤 뒤에 한 권을 다 읽고 오셨습니다. 그 사이에 달라진 건 책이 아니라 그분 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