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에서 모르는 낱말이 여섯 개 나온다며 책을 덮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세어보니 정말 여섯 개였죠. 다만 그건 이 갈래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SF는 없는 세계를 먼저 지어놓고 그 안에서 시작하죠. 그 세계의 물건과 제도에는 이름이 붙어 있고요.
그런데 그걸 앞에서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설명부터 하면 안내문이 되니까요. 그래서 인물들은 이미 아는 것처럼 말하고, 읽는 사람만 모르는 채로 따라가죠.
앞서 고전이 안 읽히는 이유에서 배경이 빠져 있어서라고 적었는데, 이쪽은 배경 자체가 실재하지 않아 찾아볼 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갈래의 요령은 하나죠. 모르는 낱말을 안고 그냥 가십시오.
그 말이 무엇인지는 세 번째나 네 번째 나올 때 문맥으로 드러납니다. 저자가 그렇게 배치해둔 거죠.
첫 장에서 다 이해하려 하면 못 넘어갑니다. 그건 읽는 사람 잘못이 아니라 순서를 거스른 겁니다.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대개 그쯤에서 열리더군요.
세계의 규칙 몇 개가 잡히고, 누가 누구인지가 정리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빨라지죠. 가장 어려운 데가 맨 앞인 구조라서, 그 구간만 넘기시면 됩니다.
안 되면 인물 이름과 낱말을 앞쪽에 메모해두셔도 좋습니다. 앞서 메모 얘기에서 적었듯 머리가 들 짐을 덜어주는 거죠.
한 덩어리로 보시면 안 맞는 걸 집게 됩니다.
기술이 중심인 쪽. 원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크죠. 낱말도 제일 많고요. 사회를 바꿔놓고 보는 쪽. 제도가 다른 세계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봅니다. 기술 용어가 적어 들어가기 쉽죠. 한 가지만 바꾼 쪽. 나머지는 지금 세상과 같고 하나만 다릅니다. 처음 읽으실 때 제일 편하죠.
어려우셨으면 마지막 쪽부터 가시면 됩니다.
낯선 세계에 들어갈 때 필요한 것은 사전이 아니라, 모르는 채로 걸어볼 마음이다.
저는 그 여섯 개를 몰라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서른 쪽만 가보시라고요.
다 읽고 오셔서 그러시더군요. 나중에 다 알게 되더라고요. 저자가 그러라고 써놓은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