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이책을 들고 오시는 손님이 부쩍 늘었어요. 몇 해 전만 해도 드물었거든요.
한 분이 책이랑 휴대폰을 같이 올려두셨는데, 휴대폰을 화면이 아래로 가게 엎어두시더라고요.
그러고 두 시간을 앉아 계셨어요. 그동안 한 번도 안 뒤집으셨어요. 카운터에서 보면서 저건 일부러 하시는 거구나 싶었어요.
책을 들고 오시는 분들한테 공통점이 있어요. 뭔가를 안 하려고 오시는 것 같아요. 읽으러 오셨다기보다 화면을 안 보려고 오신 쪽에 가까워요.
여쭤보면 대개 이렇게 말씀하세요.
집에서는 책을 펴도 십 분이면 딴짓을 하게 된다고요. 누울 데가 있고 볼 게 있으니까요. 카페는 앉아 있을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읽힌다고 하시더라고요.
돈을 내고 불편함을 사는 셈인데, 그게 실제로 통하니까 계속 오시는 거예요.
노트북 손님이랑 책 손님은 자리 고르는 게 확실히 달라요.
노트북은 콘센트를 먼저 보세요. 책은 빛을 보세요. 창가나 조명 아래를 고르시고, 어두운 구석은 잘 안 가세요. 그리고 오래 앉을 자리보다 등받이가 있는 자리를 찾으세요.
저희도 그걸 알고 나서 조명을 조금 손봤어요. 창가 쪽 자리에 스탠드를 하나 뒀는데 그 자리가 제일 먼저 차더라고요.
이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배운 거예요.
책 읽고 계신 분한테는 말을 안 거는 게 나아요. 물을 채워드릴 때도 조용히 놓고 오고요. 단골이라고 아는 척하면 흐름이 끊겨요.
한번은 인사를 드렸다가 그분이 읽던 줄을 잃으신 걸 봤어요. 그 뒤로는 눈인사만 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시더라고요.
어떤 손님한테는 말을 거는 게 반가움이고, 어떤 손님한테는 방해예요. 그걸 가르는 게 일이에요.
책 읽으러 오신 분들이 제일 눈치를 보세요.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있어도 되냐고요.
괜찮아요. 오히려 그런 손님이 계시면 가게 공기가 차분해져서 다른 분들도 편해하세요. 저희 입장에서는 그게 이득이에요.
한 잔 더 시키실 필요도 없어요. 그러다 목마르시면 그때 시키시면 돼요. 요즘 뭘 읽고 계신지가 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