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에 범인을 맞히시고는 나머지를 안 읽고 반납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이겼는데 재미가 없어지셨던 거죠. 이 갈래를 그렇게 읽으면 대개 그렇게 됩니다.
추리소설을 처음 읽을 때 우리는 대체로 저자와 겨룹니다. 단서를 모으고 범인을 찍죠.
그런데 이 방식에는 끝이 있습니다. 몇 권 읽으면 패턴이 보이거든요. 누가 범인이 되기 좋은 자리인지 알게 되고, 그러면 맞히는 일이 쉬워지고, 쉬워지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앞서 결말을 먼저 보는 버릇을 적었는데 결과가 비슷합니다. 답을 아는 순간 그 책이 할 일이 끝나버리죠.
오래 읽으시는 분들은 대개 이쪽으로 옮겨가시더군요.
어떻게 속였는지를 봅니다.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저자가 나를 어디서 다른 데로 데려갔는지를 보는 겁니다. 다 읽고 나서 앞으로 돌아가 그 자리를 찾는 게 이 갈래의 진짜 재미라고들 하시죠.
사람을 봅니다. 좋은 추리소설은 사건보다 인물이 남습니다. 탐정이 어떤 사람인지, 왜 그렇게 사는지요. 시리즈가 오래가는 건 대개 이쪽 때문입니다.
그 시대를 봅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사회가 배경으로 깔려 있죠. 앞서 그 시대를 기록한 책이 나중에 자료가 된다고 적었는데, 이 갈래에 그런 게 많습니다.
한 덩어리로 보시면 금방 질립니다. 안에서 결이 꽤 갈리죠.
수수께끼 중심. 밀실이나 알리바이를 푸는 쪽입니다. 맞히기 재미가 제일 큽니다. 사람 중심. 왜 그랬는지를 파고드는 쪽이요. 범인이 일찍 밝혀지기도 합니다. 사회 중심. 사건을 통해 그 사회를 보는 쪽입니다.
앞의 것에 질리셨으면 뒤쪽으로 옮겨보시면 됩니다. 같은 갈래 안에서 옮기는 것만으로 다시 읽히는 경우가 많더군요.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좋았던 추리소설은 다시 읽어보십시오.
앞서 다시 읽을 책 고르는 기준에서 구조가 촘촘한 책이 두 번째에 값을 한다고 적었는데, 이 갈래가 딱 그렇습니다. 답을 알고 읽으면 처음에 그냥 지나간 문장이 전부 다르게 보입니다.
잘 만든 추리소설은 답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라고 지어진 집이다.
저는 그 책을 다시 빌려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끝까지 보시고, 그다음에 앞으로 돌아가 보시라고요.
그러시더니 자기가 맞힌 게 반만 맞았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게 이 갈래의 재미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