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정족수 미달로 표결 무산"이라는 속보를 보시던 아버지가 물으셨다고 합니다. "그럼 회의도 못 연 거냐."
그런데 화면 속 본회의장에는 의원들이 앉아 있었다고요. 회의는 열렸는데 표결은 못 한 겁니다. 정족수에는 이름이 두 개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는 둘 다 회의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있어야 하는 최소 인원입니다.
이 숫자에 못 미치면 일이 멈추고, 뉴스에서는 둘 다 "정족수 미달"이라고 씁니다. 그래서 하나의 숫자처럼 들리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의사정족수는 회의를 열고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출석 인원이고, 의결정족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한 출석과 찬성 인원입니다.
의사정족수는 회의가 성립하기 위한 문턱입니다.
국회 본회의는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열립니다. 이 문턱을 넘으면 토론하고, 보고를 듣고, 회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화면 속 본회의장이 이 상태였습니다.
의결정족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문턱입니다.
헌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회의를 여는 것보다 훨씬 높은 문턱이죠. 그래서 회의는 열렸는데 표결은 못 하는 일이 생깁니다. 아버지가 보신 속보가 그 경우였습니다.
뉴스를 보실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같은 "정족수 미달"이라도 어느 문턱인지에 따라 그날 국회에서 일어난 일이 전혀 다르게 읽히겠지요.
의사정족수 미달 뉴스라면 회의가 열리지 않은 날로 읽으시면 됩니다.
의결정족수 미달 뉴스라면 논의는 했지만 결정을 못 한 날로 읽으시면 됩니다. 헌법 개정처럼 문턱이 더 높은 안건도 있으니, 구체적인 기준은 헌법과 국회법 안내를 따르시면 됩니다. 저는 두 이름이 어디서 갈리는지까지만 말씀드립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필요한 최소 인원인 것은 같습니다. 멈춘 것이 회의인지 표결인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