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계산할 때가 됐는데 안 오더라고. 한참 서 있다가 왔어.
값이 모자란다고 했어. 그러고는 일을 하겠다고 하더라. 물을 긷든 나무를 패든.
외상 장부 얘기를 전에 적었어.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체면 얘기에도 적었어. 모자란 걸 알면 먼저 말한다고.
그런데 이 손님은 외상을 안 지겠다는 거였어. 빚으로 남기기 싫으니까 그 자리에서 털겠다는 거지.
셈법 얘기를 며칠 전에 적었어. 열흘 동안 외상이 한 건도 없었다고. 이게 그거랑 같은 줄인 것 같더라고.
일을 시켰어. 물을 두 통 길어달라고 했지.
물 긷는 사람 얘기를 어제 적었어. 매일 대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그날은 그 사람이 왔다 간 뒤라 사실 필요가 없었어. 일이 있어서 시킨 게 아니야.
그런데 그냥 됐다고 하면 그게 적선이 되잖아. 그러면 그 손님이 다음에 못 와. 안 오는 손님 얘기를 적을 때 부담돼서 끊긴 경우를 썼는데, 그 꼴이 날 것 같았어.
무협 읽어보면 이게 꽤 나와. 값이 없어서 객잔에서 며칠 일하고 가는 인물.
낭인 얘기를 전에 적었어. 소속 없이 떠도는 놈들. 노잣돈이 바닥나는 일이 흔했지. 그래서 객잔에서 잠깐 일하고 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
식객 얘기에도 적었어. 얹혀사는 자리가 제도로 있었다고. 그것보다 가벼운 형태가 이거야. 하루치를 일로 갚고 가는 거지.
옛날엔 그게 형식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그래서 그 손님이 한참 서 있었던 거지.
문파 회비 얘기를 전에 적었어. 못 내는 경우를 규칙에 넣어두면 그 사람이 안 사라진다고. 우리 집엔 그 규칙이 없었어. 외상은 있는데 일로 갚는 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손님은 없는 방법을 자기가 만들어서 꺼낸 거야. 그게 한참 걸렸던 거고.
간판에 한 줄 더 적으려고 해. 값이 모자라면 말하라고.
같은 질문 얘기를 전에 적었어. 손님이 물어본 절반이 오래 앉아도 되냐였다고. 그때 간판에 적기로 했지. 이것도 적어두면 한참 서 있을 일이 없잖아.
값이 모자라면 말해. 외상도 있고 방법은 여럿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