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하고 싶은 말을 메모장에 세 번 고쳐 적으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끝내 말하지 못하셨다고요.
그 분은 자신이 신중해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여쭤보니 그 내용은 이미 숫자까지 다 확인해 둔 것이었답니다. 그렇다면 그날 멈추게 한 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소심함입니다.
신중함과 소심함은 둘 다 함부로 나서지 않고 조심하는 태도입니다.
말을 아끼고, 결정을 미루고,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밖에서 보면 똑같이 조용한 사람이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신중함은 일의 위험을 따져서 조심하는 것이고, 소심함은 남의 반응이나 실수했을 때의 시선이 두려워 움츠러드는 것입니다.
신중함은 그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살피는 데서 나옵니다.
숫자가 맞는지, 근거가 충분한지, 빠진 것은 없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신중함에는 끝이 있습니다. 확인이 끝나면 움직입니다. 확인할 것이 남아 있어서 멈춘 것이니까요.
신중함과 우유부단의 차이는 전에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소심함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소심함은 일이 아니라 사람을 봅니다.
틀리면 어떻게 볼까, 괜히 나섰다고 하지 않을까, 분위기를 깨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먼저 옵니다. 그래서 소심함에는 끝이 잘 오지 않습니다. 확인을 다 마쳐도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세 번 고쳐 적은 메모가 그 증거입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메모 내용은 이미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멈췄다면 그 자리를 지킨 것은 시선이었겠지요.
신중함이라면 남은 확인을 마치시면 됩니다. 끝나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됩니다.
소심함이라면 확인을 더 해도 풀리지 않습니다. 메모를 네 번째 고치는 대신, 틀렸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적어 보는 것이 할 일입니다. 대개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조심하는 것은 같습니다. 확인이 끝나도 멈춰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