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코인이 익명이 아니라 이름표만 없는 공개 장부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 얘기 끝에 이웃 언니가 물었대요. 그럼 아예 안 보이게 만든 건 없냐고요.
있대요. 그런 걸 따로 만들어 둔 게 있다던데요.
박예슬 열려 있는 게 이 물건의 뼈대라면서요. 그걸 가리면 뭐가 남는 건가요?
신미혜 장부는 그대로 두고 적는 방식만 바꾸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오간 자국에서 가릴 수 있는 게 셋이래요. 보낸 쪽, 받은 쪽, 그리고 얼마나 보냈는지요.
보낸 쪽은 여럿의 서명을 한데 섞어서 그중 누구인지 못 고르게 한대요. 받는 쪽은 받을 때마다 자리를 새로 하나 만들어 쓰게 하고요. 그러면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받아도 이어 붙일 수가 없다던데요.
신미혜 봉투에 넣어 건네던 시절이랑 비슷한 거예요. 오갔다는 건 아는데 누가 얼마를 줬는지는 모르는 셈이죠.
얼마인지도 가릴 수 있대요. 액수를 가린 채로 앞뒤가 맞는지만 확인하는 계산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어떻게 되는지는 못 알아들었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다고 언니도 그랬고요.
여기가 이 얘기의 뒤집힌 자리였어요.
앞에서 거래소에 맡긴 게 그대로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느냐를 알아봤잖아요. 그때 지갑 자리를 밝히면 밖에서도 셀 수 있다고 했는데요. 가려 놓으면 그 확인이 안 된다던데요.
박예슬 그럼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같이 오는 거잖아요.
같이 온대요. 가린 만큼 남이 못 보고, 가린 만큼 나도 보여줄 수가 없는 거라고요.
이 대목이 요새 이름이 들리는 까닭이었어요.
코인을 보낼 때 보내는 쪽과 받는 쪽 정보를 같이 넘기게 돼 있잖아요. 앞에서 코인 살 때 은행 계좌를 왜 하나로 정하라는지 알아봤는데, 그 결의 규칙들이 여럿 있대요.
그런데 가려 놓은 코인은 그 정보를 애초에 낼 수가 없다던데요. 그래서 거래소가 이런 걸 다루기를 꺼리고, 다루던 데도 내리는 일이 있다고 했어요. 앞에서 코인이 거래소에서 내려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아봤잖아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어요.
이름으로는 모네로 같은 게 나왔어요. 다만 정말 어디까지 가려지는지, 어디부터는 안 가려지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가릴 수 있는 게 보낸 쪽·받은 쪽·액수 셋이라는 것, 섞고 새로 만들고 가린 채로 맞춰 보는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 가리면 확인도 같이 막힌다는 것, 그리고 그래서 다루기를 꺼리는 데가 있다는 것.
어느 쪽이 옳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이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가려서 좋은 게 뭐고 그 대신 못 하게 되는 게 뭐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