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을 매달려 만든 자료를 넘기셨는데 아무도 안 쓴다는 것을 알게 되신 분이 계셨습니다.
잘 만드셨습니다. 넘기기도 하셨고요. 그런데 마음이 안 차셨죠. 한 칸이 비어서입니다.
뿌듯함과 보람은 둘 다 일을 마치고 오는 좋은 감정입니다.
둘 다 애쓴 뒤에 오고, 둘 다 없으면 허탈합니다. 그래서 하나로 부르시는데, 재는 것이 다릅니다.
뿌듯함은 해냈느냐를 보고 보람은 쓰였느냐를 봅니다.
뿌듯함은 내가 그것을 해냈을 때 옵니다.
어려웠는데 했고, 끝까지 갔고, 만들어냈습니다. 기준이 나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남이 안 봐도 옵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대로 뿌듯함은 내가 한 일에서 오는 것이니, 넘긴 시점에 이미 생겼을 겁니다.
보람은 그 일이 어딘가에 쓰였을 때 옵니다.
누가 그 자료로 결정을 했고, 누가 그것 덕에 덜 헤맸습니다. 기준이 밖에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잘해도 안 쓰이면 안 옵니다.
보람은 내 손을 떠난 뒤에 정해집니다. 그래서 늦게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하죠.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석 달을 잘 쓰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안 없어집니다.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안 쓰였다고 해서 내가 못한 게 되지는 않습니다. 쓰이고 안 쓰이는 것은 내가 정하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두 칸을 하나로 보면 그렇게 됩니다. 안 쓰였으니 헛수고였다고 여기게 되죠. 그러면 다음에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뿌듯함 쪽은 그대로 세어두시면 됩니다. 해낸 것은 기록입니다.
보람 칸이 자주 비시면 할 일은 더 잘하는 게 아닙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게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누가 받아서 무엇에 쓰는지요.
그게 안 정해진 일이면 보람은 처음부터 걸려 있지 않은 겁니다. 그걸 알고 시작하면 끝난 뒤에 덜 허탈하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잘 끝낸 것은 같습니다. 그 일이 쓰였는지만 따로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