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책 한 권을 사려고 여러 곳 가격을 한참 비교했는데, 결국 몇백 원 차이였다고요. 그걸 찾느라 저녁이 다 갔다고 하시더군요. 그러고는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가기로 하셨습니다.
손해 보기 싫습니다.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사면 속는 것 같죠. 비교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화면만 넘기면 계속 다른 가격이 나오니 멈출 데가 없더군요. 고르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됐습니다. 앞서 후기부터 보는 버릇을 다룬 글이 있는데, 가격 비교도 그렇게 끝없이 이어집니다. 나중에 더 싼 걸 발견할까 봐 두렵습니다. 앞서 고르고 나서 후회하는 버릇을 적었는데, 그 후회가 미리 찾아오는 거죠.
시간. 그 손님처럼 몇백 원을 아끼려다 저녁 한나절이 갑니다. 기운. 비교하다 지치면 정작 산 물건이 반갑지 않더군요. 즐거움. 고르는 즐거움이 계산의 피로로 바뀝니다.
앞서 책 살까 빌릴까 기준을 적었는데, 때로는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기도 하죠.
앞서 니체 정오 뜻을 적으며, 작은 것이 가장 좋은 행복을 이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것은 작은 이득이 아니라 작은 순간이었죠. 햇볕 한 줌, 바람 한 번.
몇백 원을 아끼려다 그런 순간을 놓친다면, 니체라면 그건 손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나만 한가한 것 같은 마음을 적으며 빈 시간에 무엇을 심을지는 제가 정한다고 했는데, 비교에 다 써 버린 시간에는 아무것도 심을 수 없으니까요.
동전 한 닢을 쫓다 해가 지면, 그 하루는 동전보다 싸게 팔린 것이다.
비교할 곳을 정해 두십시오. 세 곳만 보고 그중에서 고르는 겁니다. 시간을 정하십시오. 십 분 안에 정하기로요. 차이가 작으면 가까운 곳에서 사십시오. 그 몇백 원보다 제 시간이 더 귀할 때가 많습니다. 정말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십시오. 사지 않거나 빌리는 길도 있습니다.
그 손님은 그 책을 다 읽고 반납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볼 책은 아니었다고요. 안 사길 잘했다며 웃으셨죠. 비교하던 그 저녁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도 그대로일 겁니다. 그래도 저는 적당한 데서 멈추는 힘을 길러, 아낀 돈만큼 제 시간도 아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