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른 책을 받아 뒤표지를 읽으신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잠깐 보시더니 아무 말 없이 돌려주셨죠.
저는 그 장면이 좋았습니다. 확인은 하셨고 결정은 안 바꾸셨거든요.
먼저 이건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 책을 어른이 먼저 보는 건 좋은 일이죠.
무슨 얘기인지 알고 있으면 아이가 그 책 얘기를 꺼냈을 때 받아줄 수 있습니다. 어려운 대목이 나오면 같이 볼 수 있고요. 읽어둔 어른은 대화 상대가 됩니다.
갈리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안내는 읽어두고 기다리는 겁니다. 아이가 물으면 답하고, 안 물으면 안 꺼내죠. 필요하면 옆에서 같이 봅니다.
검열은 읽어보고 빼는 겁니다. 아이 손에서 도로 가져오는 거죠.
앞서 아이가 책을 안 읽는 이유에서 적었는데, 고른 걸 빼앗기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고르는 일을 그만둡니다. 그게 이 방식의 값입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어른이 판단하셔야 하는 자리가 분명히 있죠.
나이에 비해 감당이 안 될 내용이면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그때도 말없이 빼지 마시고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몇 해 뒤에 같이 보자고요.
빼는 것보다 왜 빼는지 말해주는 것이 남습니다. 그게 다음에 스스로 고를 때 기준이 되거든요.
도서관은 골라 넣지 않습니다. 앞서 적은 대로 무엇이 옳은지 정하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집은 다릅니다. 부모는 고르셔도 되는 자리에 계십니다. 다만 그 고르기가 아이에게서 고르는 힘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운 대목이죠.
저는 그 사이를 이렇게 봅니다. 도서관은 다 갖춰두고, 집에서는 같이 고른다.
이 책이 몇 살쯤에 맞는지,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저희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읽어보고 판단하실 시간이 없으실 때 이 방법이 빠릅니다. 앞서 아이 책 고르기 얘기에서 적었듯 나이 표시만으로는 잘 안 갈리거든요.
지켜주는 일과 막는 일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아이에게 남는 것은 정반대다.
그 책은 아이가 두 번 빌려 갔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가 그 얘기를 아이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읽어두셨으니 하실 수 있었던 거죠. 저는 그 순서가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