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타면 저는 닫힘 버튼을 누릅니다. 그것도 여러 번 누르네요.
며칠 전에 보니까 그 버튼 글자만 유독 닳아 있더라고요. 저만 그러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이상한 건 급할 때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늦은 것도 아니고 어디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손이 먼저 갑니다. 몸이 알아서 하는 일이 된 셈이군요.
우리는 시간을 아끼려고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초를 견디지 못해 서두른다.
한 번 세어본 적이 있어요.
눌렀을 때와 안 눌렀을 때가 몇 초 차이더군요. 그 몇 초를 아껴서 제가 뭘 하지는 않습니다. 내려서도 똑같이 걸어가는걸요. 그러니까 아끼는 게 목적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럼 왜 누르나 생각해보니 이쪽이더라고요.
문이 열린 채로 있는 그 몇 초 동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태잖아요. 그게 불편한 겁니다. 뭐라도 눌러야 뭔가 하고 있는 게 되니까요.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습관이 이런 데서 먼저 나오는 셈입니다.
물론 저쪽에서 누가 뛰어오면 열림을 누릅니다.
그때는 기다리는 게 하나도 안 답답해요. 같은 몇 초인데 누굴 위해 쓰면 괜찮고 그냥 흘리면 못 견디는 겁니다. 저는 그 차이가 좀 재밌더군요.
요즘은 가끔 손을 그냥 둡니다.
문이 알아서 닫힐 때까지 서 있어봐요. 처음엔 그 몇 초가 길게 느껴지는데 몇 번 하다 보면 괜찮아집니다. 대단한 수련은 아니고 그냥 서 있는 거예요.
내려서 걸을 때 마음이 조금 덜 급하더라고요.
버튼을 누르는 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저도 여전히 누릅니다.
다만 급해서 그런 게 아니라 멈춰 있는 걸 못 견뎌서였다는 걸 알고 나면, 하루 중에 그런 대목이 또 어디에 있는지가 보이더군요. 오늘 문 앞에서 손이 먼저 가셨다면, 그 몇 초쯤은 그냥 두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