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조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식사 뒤에 할아버지 수저를 먼저 챙겨 싱크대에 넣더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게 참 대견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신입 때부터 가르친 후배가 처음 혼자 발표를 마치는 것을 맨 뒷줄에서 보셨다고 했습니다. 그건 기특했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기특함과 대견함은 둘 다 나보다 어리거나 아래에 있는 사람이 잘하는 것을 보며 드는 흐뭇함입니다.
웃음이 나고, 칭찬하고 싶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같은 흐뭇함이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기특함은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행동을 뜻밖에 보았을 때의 감정이고, 대견함은 지켜본 시간이 결실을 맺은 것을 볼 때의 감정입니다.
기특함은 예상하지 못한 좋은 행동에서 옵니다.
일곱 살이 할아버지 수저를 챙길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뜻밖의 한 번이 흐뭇함을 만듭니다. 그래서 기특함은 한 장면에 붙습니다. 그 행동 하나가 칭찬의 대상이죠.
대견함은 오래 지켜본 사람이 커 온 것을 확인할 때 옵니다.
신입 때부터 가르친 후배라면, 처음 발표 자료를 만들던 모습부터 다 보셨을 겁니다. 그 시간이 한 번의 발표로 모였습니다. 대견함에는 지켜본 사람의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견함은 뜻밖이 아니라 기다려 온 것입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조카는 기특했고, 후배는 대견했던 겁니다. 이름을 바꿔 드리니 두 분 다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각자 짚이는 데가 있으셨겠지요.
기특함이라면 그 행동 하나를 짚어 칭찬하시면 됩니다. 뜻밖의 한 번이 다음에도 나오도록요.
대견함이라면 그 시간을 말해주시면 됩니다. 처음에 어땠는데 지금은 이렇다는 식으로요. 같은 흐뭇함이라도 건넬 말이 다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흐뭇한 것은 같습니다. 기다려 온 것이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