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날 이야기를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보호자 대기실 전광판에 "수술 중"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고, 세 시간 동안 그것만 보고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은 그날 너무 무기력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드신 감정은 무기력이 아닙니다. 무력감입니다.
무력감과 무기력은 둘 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몸이 굳고, 시간이 느리게 가고, 스스로가 작게 느껴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같으니 한 단어로 부르기 쉽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무력감은 손쓸 길이 막혀 있어서 오는 감정이고, 무기력은 움직일 힘 자체가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무력감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상황에 의해 막혀 있을 때 옵니다.
수술실 문 너머의 일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힘이 있어도 쓸 곳이 없죠. 그래서 무력감은 대개 특정한 상황에 붙어 있습니다. 그 상황이 끝나면 함께 풀립니다.
그 분도 전광판 글자가 "회복 중"으로 바뀌자마자 일어나 뛰어가셨다고 합니다. 힘은 처음부터 있었던 겁니다.
무기력은 상황과 상관없이 움직일 힘이 없는 상태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눈앞에 있어도 손이 안 갑니다. 막고 있는 것이 바깥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기력은 특정한 장면이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력은 게으름과도 다릅니다. 이 이야기는 전에 따로 드린 적이 있고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세 시간 동안 앉아만 계셨던 분이 무기력했다고 스스로를 부르면 그날의 자신을 틀리게 기억하게 됩니다. 억울한 기억이 되겠지요.
무력감이라면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시면 됩니다. 수술은 할 수 없어도 연락을 돌리는 일은 할 수 있었습니다.
무기력이 여러 날 이어진다면 그건 상황을 나누는 것으로 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자리는 아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움직이지 못한 것은 같습니다. 막은 것이 바깥에 있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