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예약 도서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오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무표정으로 책을 받아 가시더군요. 반가운 기색이 없어서 제가 잘못 챙겼나 싶었죠. 그런데 출입문 앞에서 그 손님이 혼자 책 표지를 보며 작게 웃는 걸 봤습니다.
기쁨이 없었던 게 아니더군요. 바깥으로 잘 안 나올 뿐이었죠.
타고난 결이 그렇습니다. 감정이 안에서 크게 일어도 겉으로는 조용한 사람들이 있죠. 자라며 배웠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면 혼나거나 놀림받던 환경에서 자라면, 얼굴을 다스리는 법이 먼저 익습니다. 표현할 말을 찾는 데 오래 걸립니다. 느끼는 건 분명한데 그걸 말로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앞서 말보다 글이 편한 성격을 적었는데, 그분들 중 상당수가 이쪽입니다. 부끄럽습니다.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쑥스러운 거죠.
무심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선물을 받고도 반응이 작으니 마음에 안 드는 줄 알죠. 차갑다는 말을 듣습니다. 슬픈 자리에서 울지 않으면 정이 없다고 여기기도 하겠죠. 저도 지칩니다. "왜 그렇게 무덤덤해?"라는 말을 자꾸 들으면, 제 마음이 이상한 건가 싶어지더군요.
앞서 기분이 얼굴에 다 나오는 성격을 적었는데, 이건 그 반대편의 어려움입니다. 어느 쪽이든 마음과 얼굴 사이가 맞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죠.
니체는 깊은 사람일수록 가면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선악의 저편』에서 깊은 것은 모두 가면을 사랑한다고 쓰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속이 얕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니체는 그 깊이를 숨기기만 하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넘치면 나누라고 했죠. 앞서 낯선 사람의 친절을 적으며 그 넘침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용한 물이 얕은 것은 아니다. 다만 깊은 물도 가끔은 물결로 제 깊이를 알려야 한다.
말로 덧붙이십시오. 얼굴이 따라가지 않으면 "정말 고마워요"를 한 번 더 말하는 겁니다. 글로 건네십시오. 짧은 메모나 문자 한 줄이 표정보다 오래 남겠죠. 행동으로 보이십시오. 받은 선물을 쓰는 모습, 한 번 더 찾아가는 일. 그런 것도 표현이죠. 가까운 사람에게는 미리 말해 두십시오. "나는 기뻐도 얼굴에 잘 안 나와." 그 한마디가 많은 오해를 막습니다.
다음에 그 손님이 오셨을 때, 대출대에 작은 쪽지를 두고 가셨습니다. "예약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기다리던 책이었어요." 그날도 얼굴은 무표정이셨죠.
마음은 늘 얼굴로만 전해지지 않습니다. 저도 표현이 조용한 편이라, 말이 안 나올 땐 글로, 글이 어려우면 행동으로, 제 마음이 닿을 길을 하나씩 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