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대학생이 이 장을 읽고 웃었습니다. 니체도 시인이면서 이러면 반칙 아니에요? 맞는 지적이었습니다. 니체는 그 반칙을 알고 있었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에 있는 장입니다. 한 제자가 차라투스트라에게 묻죠. 당신은 예전에 시인들은 너무 많이 거짓말한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말했느냐고요.
이 말은 원래 고대 그리스부터 전해 오던 오래된 말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 말을 받아 대답하죠. 그렇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도 시인이다. 그러니 우리도 너무 많이 거짓말한다고요.
차라투스트라가 시인들에게 지친 까닭은 이렇습니다.
깊어 보이지만 얕습니다. 그는 시인들이 바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얕은 물이라고 말하죠. 휘저어 물을 흐려 깊어 보이게 할 뿐이라고요. 아는 게 적습니다. 많이 배우지 않으니, 모르는 것을 아름다운 말로 덮는다고 하죠. 구경꾼을 원합니다. 시인의 공작새 같은 허영이 박수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이 장이 흥미로운 건 니체가 남만 비판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 스스로가 시인이고, 『차라투스트라』 자체가 시처럼 쓰인 책이죠.
그러니 이 장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말로 깊이를 흉내 내지 말라는 거죠. 앞서 피로 써라 니체 뜻을 적었는데, 그 장과 짝을 이루는 대목입니다. 피로 쓴 글과 그럴듯하게 꾸민 글을 가르는 기준이니까요.
물을 흐려 깊어 보이게 하지 마라. 맑은 채로 깊은 물만이 끝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멋진 문장을 하나 지워 보십시오. 지운 자리에 정직한 말이 들어가는지 보는 겁니다. 모르는 걸 아름답게 덮지 마십시오. "잘 모르겠다"는 말이 오히려 깊이를 지킵니다. 읽을 때도 물어보십시오. 이 아름다운 문장 아래 무엇이 있는지요. 앞서 니체 명언 출처를 적었는데, 매끈한 한 줄일수록 한 번 더 들여다볼 만합니다.
그 학생은 그날 자기 시 한 편을 꺼내 보여 주었습니다. 이 장을 읽고 나니 멋 부린 줄이 너무 많이 보인다고요. 몇 줄을 지우고 나니 오히려 시가 짧고 단단해졌다고 하더군요.
아름다운 말은 늘 끌립니다. 그래도 저는 물을 흐려 깊어 보이게 하기보다, 맑은 채로 한 뼘씩 정직하게 파 내려가며 제 문장의 깊이를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