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을 분 단위로 짜놓으셨는데 정작 필요한 서류를 그날 아침에 찾으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계획이 부실해서가 아닙니다. 계획은 훌륭했습니다. 다른 칸이 비어 있었던 겁니다.
계획과 준비는 둘 다 그날이 오기 전에 하는 일입니다.
둘 다 시간이 들고, 둘 다 하면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서 하나로 묶어 부르시는데, 하는 내용이 다릅니다.
계획은 정하는 일이고 준비는 갖추는 일입니다.
계획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정하는 일입니다.
순서를 짜고, 시간을 배분하고, 경우를 나눕니다. 종이나 화면에서 끝납니다. 손이 안 갑니다.
계획은 편합니다. 앉아서 되고, 하는 동안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 오고요. 그래서 계획만 오래 하게 되기 쉽습니다.
준비는 실제로 물건과 조건을 갖추는 일입니다.
서류를 뽑고, 예약을 넣고, 사람에게 연락하고, 필요한 것을 사다 둡니다. 몸이 움직여야 합니다.
준비는 귀찮습니다. 그리고 하다 보면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나옵니다. 그 서류가 발급에 이틀 걸린다든가 하는 것들요. 그래서 미루게 되죠.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그날 필요한 것 중에 지금 손에 있는 것이 몇 개입니까?
아는 것과 갖춘 것은 다릅니다. 아침에 찾으신 서류도 어디 있는지는 아셨을 겁니다.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나면 준비도 된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머릿속에서는 다 끝났으니까요. 그래서 계획이 정교할수록 오히려 준비를 안 하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날 어긋나는 것은 대개 계획이 아니라 준비 쪽입니다. 순서를 잘못 짜서 망하는 일보다 물건이 없어서 망하는 일이 훨씬 많으니까요.
계획을 세우신 다음에 할 일은 그 계획에서 갖춰야 할 것만 따로 뽑아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목록은 손에 들어온 것만 지우시면 됩니다. 어디서 구할지 알아낸 것은 아직 안 지우는 겁니다. 그 규칙 하나면 아침에 찾을 일이 없어집니다.
두 칸을 갈라두면 계획이 잘 세워질수록 준비도 같이 되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미리 하신 것은 같습니다. 지금 손에 있는지만 세어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