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버번은 다 익으면 분홍빛 주황색이 되는 커피 열매가 열리는 품종이에요. 콜롬비아 쪽에서 많이 재배되고, 최근 몇 년 사이 스페셜티 원두 봉지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했어요. 맛은 꽃향과 밝은 산미, 과일 같은 단맛이 또렷한 편이에요.
새로 들어온 원두 봉지를 카운터에 세워 뒀더니, 손님 한 분이 이름을 보시고 물으셨어요. "커피도 분홍색이 있어요?"
원두가 분홍색인 게 아니라 열매가 그렇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고는 둘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찾아봤어요. 빨간 열매 사이에 분홍빛 열매가 섞여 있는 사진이었어요. 손님이 "딸기우유 같아요" 하셔서 웃었어요.
열매 색이 맛을 직접 정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색이 다르면 익은 정도를 눈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져서, 따는 사람들이 더 신경 써야 한대요.
이름에 버번이 붙었지만, 사실은 버번 계열이 아니라 에티오피아 쪽 재래종과 더 가깝다는 연구 얘기도 있어요. 저도 이 부분은 들은 정도라 단정할 수는 없어요. 이름과 실제 뿌리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내려 본 핑크 버번은 이랬어요.
첫째, 향이 화사해요. 꽃이나 차 같은 향이 먼저 올라와요.
둘째, 산미가 밝아요. 레몬보다는 붉은 과일 쪽에 가까운 산미였어요.
셋째, 식으면서 단맛이 올라와요. 뜨거울 때보다 미지근할 때 더 맛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핸드드립으로 내려요. 우유를 넣으면 이 향이 다 가려지거든요. 진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름이 낯설어도 한 모금이면 기억에 남아요. 새로운 맛을 만나는 밤도 가끔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