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낼 증명사진이 필요해서 동네 사진관에 갔거든. 엄마가 단골이라는 데.
오래된 사진관이었어. 벽에 옛날 졸업사진들이 걸려 있었어.
사장님이 나를 의자에 앉히시고 카메라 뒤로 가셨어.
사장님이 카메라를 맞추시다가 작게 한숨을 쉬셨어. 후우.
카메라 옆에 폰이 놓여 있었는데 화면이 켜져 있었어. 빨간 거 파란 거.
사장님이 폰을 뒤집어 놓으시고 다시 카메라를 보셨어.
"웃어요."
근데 사장님은 안 웃고 계셨어.
칼손 남한테 웃으라면서 본인은 못 웃으신 거네.
나는 사진 찍을 때 굳는 편이거든. 칼손처럼 눈은 안 감지만.
근데 그날은 사장님 얼굴 보니까 좀 웃음이 났어. 웃으라고 하시는데 사장님이 너무 진지하셔서.
내가 웃으니까 사장님도 따라 웃으셨어. 그 순간 셔터를 누르셨어. 찰칵.
사진이 진짜 잘 나왔어. 증명사진인데 웃는 얼굴로.
사장님이 사진을 보시더니 그러셨어. 오늘 찍은 것 중에 제일 잘 나왔다고.
그러시면서 좀 쑥스럽게 웃으셨어. 자기가 같이 웃어서 그런가 보다고.
그리고 한 마디 하셨어. 요새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학생 덕분에 웃었대.
집에 와서 엄마한테 사진관 얘기를 했어. 사장님 한숨 쉬시고 같이 웃으셨다고.
엄마가 그러셨어. 그 사장님 요새 힘드신 것 같더라고. 사진관 손님도 줄고 다른 일도 있으시고.
남들 웃는 얼굴 찍어주는 일 하시는데 정작 본인은 웃을 일이 없으셨던 거야.
불나방 너 사장님 웃게 해드린 거네.
다음 주에 증명사진 찾으러 갔을 때 사장님이 사진을 한 장 더 주셨어. 서비스래.
같이 웃어준 학생한테 주는 거래.
그 사진은 동아리방 벽에 붙였어. 단체티 사진 옆에. 다들 이게 뭐냐고 웃었어. 증명사진인데 너무 웃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