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유난히 부담스러운 건 이상한 게 아니에요. 메시지는 생각할 시간이 있는데, 전화는 바로 대답해야 하니까요. 요즘은 이런 분이 정말 많아요. 할 말을 미리 적어 두는 것만으로도 꽤 편해져요.
어느 오후에 손님 한 분이 가게에 직접 오셨어요. 회사 단체 주문을 하려는데 전화하기가 너무 무서워서 걸어오셨대요.
메모지를 내미셨는데 주문 목록이 적혀 있었어요. 음료 이름, 개수, 찾으러 올 시간까지요. 그 메모를 보니 오시기 전에 몇 번이나 고쳐 쓰신 게 보였어요. 저는 그 정성이 고마웠어요. 다음부터는 메시지로 주문하셔도 된다고 알려드렸더니 정말 안심하셨어요.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비슷해요.
세 번째 이유가 의외로 커요. 하면 할수록 덜 무서워지는데, 안 하니까 계속 무서운 거예요.
손님들이 해 보고 괜찮았다는 걸 모아 봤어요.
첫째, 할 말을 세 줄로 적으세요.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언제까지인지요. 이것만 있으면 대부분의 전화는 끝나요.
둘째, 첫 문장을 정해 두세요. "안녕하세요, 주문 하나 하려고요" 같은 첫마디만 정해 두면 나머지는 따라와요.
셋째, 모르면 다시 물어보셔도 돼요. "죄송한데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는 실례가 아니에요.
넷째, 쉬운 전화부터 해 보세요. 가게 영업시간 묻기처럼 짧은 전화로 연습하면 조금씩 익숙해져요.
카페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말을 더듬거나 메모를 읽는 손님이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정확하게 전해 주셔서 고마워요.
전화 받는 사람은 생각보다 너그러워요. 저도 하루에 몇 번씩 받지만 누가 떨면서 말했는지 기억하지 않아요. 무엇을 주문했는지만 기억해요.
떨리는 목소리도 다 전해져요. 완벽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