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장바구니를 풀면서 물었어요. 페트병이랑 비닐봉지랑 그릇이 다 한 군데서 나온 거냐고요.
저도 몰라서 남편이 보던 영상을 같이 봤어요. 앞에서 정유 회사가 원유를 끓여서 여러 갈래로 갈라 낸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 갈래 중 하나가 이쪽으로 온다던데요.
박예슬 그럼 정유 회사랑 화학 회사가 같은 건가요, 다른 건가요?
신미혜 방앗간이랑 국숫집이 다른 것과 같은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기름에서 갈라 낸 걸 받아다가 아주 높은 열로 쪼갠대요. 그러면 눈에 안 보이는 작은 알갱이가 나온다고요.
그 알갱이를 이번에는 거꾸로 길게 이어 붙인대요. 그렇게 이어 붙인 길이와 방식에 따라 비닐이 되기도 하고 딱딱한 그릇이 되기도 하고 옷감이 되기도 한다던데요.
신미혜 밀을 빻아 가루로 만들었다가 다시 반죽해서 국수도 만들고 빵도 만드는 셈이죠.
저는 그 말에 겨우 그림이 그려졌어요. 쪼갰다가 다시 잇는 게 이 집이 하는 일이래요.
여기가 이 집 살림의 핵심이라던데요.
원료를 사 와서 만들어 넘기는 장사니까, 그 사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느냐로 산대요. 사이가 넓으면 살림이 트이고 좁아지면 얇아진다고요.
박예슬 그럼 기름값이 오르면 그만큼 넘기는 값에 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늘 되는 건 아니래요. 사 오는 쪽은 밖에서 정해지는데 넘기는 쪽은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정해지잖아요. 앞에서 제련하는 회사가 값이 아니라 삯으로 번다는 걸 알아봤는데, 이 집은 그 삯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쪽이라 그 사이가 늘 출렁인다고 했어요.
이 대목이 저는 제일 뜻밖이었어요. 이 집 살림이 이 집 사정으로만 정해지는 게 아니래요.
어느 나라에서 큰 공장이 새로 여럿 서면 만들어 내는 게 한꺼번에 늘어난다던데요. 그러면 사겠다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팔겠다는 데만 늘어서 그 사이가 좁아진다고요.
신미혜 동네에 국숫집이 갑자기 여럿 생기면 값을 못 올리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리고 공장은 한 번 크게 지으면 몇 해를 쓰는 물건이라 금방 줄이지도 못한대요. 앞에서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몇 해가 걸린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래서 크게 늘었다 좁아졌다 하는 게 이 업의 오래된 결이라고 하더라고요.
요새 얘기도 하나 들었어요. 흔한 것만 만들어서는 그 사이가 자꾸 좁아지니까, 아무나 못 만드는 쪽으로 옮기려 한다던데요.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같은 이름이 나왔어요. 집집마다 어디에 더 기대고 있는지가 다르고, 배터리 쪽 재료처럼 아예 다른 자리를 같이 하는 데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느 집이 그걸 잘 해낼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기름에서 갈라 낸 걸 받아다 쪼갰다가 다시 잇는다는 것, 사 오는 값과 넘기는 값 사이로 산다는 것, 남들이 크게 지으면 그 사이가 좁아진다는 것, 그리고 공장은 금방 줄이지 못한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화학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지금 그 사이가 넓어지는 때래요, 좁아지는 때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