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나서 미연 언니가 휴대폰을 내밀었어요. 뉴스에 팔란티어라는 이름이 계속 나온다는데요.
강미연 남편이 본 영상에서는 데이터 회사래요. 정부랑 군대가 쓰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더라고요.
데이터 회사라는 말부터 걸렸어요. 데이터를 모아서 넘기는 건가요, 아니면 남의 데이터를 정리해 주는 건가요? 둘은 완전히 다른 장사잖아요.
다시 물어보니 답은 뒤쪽이었어요. 남의 자료를 사서 되넘기는 회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고객이 이미 가진 자료를 한 화면에 엮어 보게 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데요.
신미혜 가계부, 카드 문자, 마트 영수증이 서랍마다 따로 있는 걸 한 장에 모아 주는 거예요. 새 돈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게 보이게 되는 셈이죠.
그러니까 자료가 아니라 자료를 엮는 도구가 상품인 거잖아요. 이 구분이 되니까 그다음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미연 언니가 본 영상에서는 처음 손님이 미국 정부 쪽이었다고 하는데요. 정보기관이나 군처럼 자료가 여기저기 흩어진 곳에서 먼저 썼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회사 뉴스엔 국방이며 전쟁 얘기가 같이 붙어 나오는 건가요? 제가 묻자 언니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강미연 요즘은 공장이나 항공사 같은 일반 회사에도 판대요. 정부용이랑 기업용이 이름이 따로 있다더라고요.
기업용 이름이 파운드리라길래 바로 끊었어요. 파운드리는 앞서 삼성전자 얘기할 때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 주는 공장이라고 알아봤잖아요. 같은 말인가요?
강미연 그건 아니래요. 이름만 겹치는 거고 팔란티어 쪽은 공장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라더라고요.
이런 게 뭉뚱그리면 안 되는 대목이잖아요. 같은 단어가 뉴스 두 군데에서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거예요.
하나 더 특이한 얘기가 있었어요. 프로그램만 넘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원이 고객 회사에 가서 붙어 앉아 같이 맞춘다는데요. 그러면 프로그램 회사인가요, 컨설팅 회사인가요?
신미혜 김치냉장고를 새로 들이면 기사님이 와서 칸 나누는 것까지 해 주는 거랑 같은 거예요.
어느 쪽 비중이 더 큰지는 영상에서도 딱 잘라 말하지 않았다는데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적어 두고 넘어갔어요.
팔란티어라는 이름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멀리 보는 돌에서 따왔다고 들었어요. 멀리 있는 걸 한자리에서 본다는 뜻이니 하는 일이랑 맞춘 이름이잖아요.
정리하면 이래요.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사고파는 회사가 아니라 흩어진 자료를 한 화면에 엮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예요. 정부 쪽에서 시작해서 국방 뉴스에 같이 나오고, 기업용도 따로 있어요. 반도체 파운드리와는 이름만 같은 거고요.
뉴스에 이름이 자주 들린다고 그 회사를 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고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신미혜 영수증을 한 장에 모아 준다고 살림이 저절로 느는 건 아닌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