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비 정산 단톡방 이야기를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한 동료가 매번 제일 늦게 들어와서 "다들 얼마예요"만 묻고 나간다고요.
정산은 늘 다른 사람이 합니다. 그 분은 그 동료가 괘씸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감정은 괘씸함이 아니라 얄미움에 가깝습니다.
괘씸함과 얄미움은 둘 다 상대의 행동이 미울 때 드는 감정입니다.
속으로 한마디 하게 되고, 그 사람 이름만 들어도 표정이 굳습니다. 비슷하게 올라오니 섞어 쓰시는 거죠.
괘씸함은 도리를 저버린 데서 오고, 얄미움은 제 잇속을 약게 챙기는 데서 옵니다.
괘씸함은 믿고 대했던 사람이 도리를 어겼을 때 옵니다.
도와준 사람이 등을 돌렸거나, 맡긴 일을 저버렸거나, 받은 은혜를 모른 척할 때입니다. 전제가 있죠. 내가 그 사람을 믿었고, 그 사람에게 지켜야 할 도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괘씸함은 무겁습니다. 관계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드니까요.
얄미움은 도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행동이 약아서 밉살스러운 겁니다.
그 동료는 누구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정산을 떠넘겼지만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자기 손은 안 대고 결과만 챙기는 모습이 반복되니 밉게 느껴지는 것이죠.
얄미움은 가볍게 들리지만 쌓입니다. 한 번은 웃고 넘기는데 열 번째에는 표정에 나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단톡방의 그 동료는 두 번째에 해당합니다. 어떻습니까, 괘씸하다고 부를 때보다 조금 작아지지 않습니까?
괘씸함이라면 관계를 다시 따져보셔야 할 일입니다. 믿음이 깨진 자리니까요.
얄미움이라면 관계까지 갈 일은 아닙니다. 정산을 돌아가며 맡는 식으로 행동 하나를 바꾸면 되는 자리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미운 것은 같습니다. 어긴 것이 있는지만 보시죠.
정확히 부르는 것만으로 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