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시간에 맞춰 뛰어오신 손님이 숨을 몰아쉬셨습니다. 아침에 옷을 다섯 번 갈아입느라 늦었다고요. 그러고는 웃으셨죠. 결국 처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왔어요.
남이 어떻게 볼지 신경 쓰입니다. 앞서 남 시선이 신경 쓰이는 성격을 다룬 글이 있는데, 옷은 그 시선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이죠. 그날의 기분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날은 옷도 잘 안 고르게 되더군요. 앞서 생각은 감정의 그림자 뜻을 적었는데, 옷 고르기도 그 그림자일지 모릅니다. 선택지가 많습니다. 옷장이 가득해도 입을 게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완벽한 조합을 찾습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다시 벗게 됩니다.
아침은 하루 가운데 기운이 가장 맑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옷 고르는 데 다 쓰면, 정작 중요한 일에 쓸 힘이 줄어들죠. 그리고 늦을까 봐 서두르다 보면 하루가 조급하게 시작됩니다.
니체는 먹는 것, 사는 곳, 하루의 리듬 같은 가장 가까운 것들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앞서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뜻을 적으며 그 이야기를 했죠.
옷도 그 가까운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가까운 것을 잘 돌보는 것과 거기에 묶이는 것은 다르더군요. 옷을 아끼는 마음은 좋지만, 옷 앞에서 아침을 다 잃는다면 그건 돌봄이 아니라 묶임일 겁니다.
문을 고르느라 문 앞에서 해가 지게 하지 마라. 어느 문이든 열고 나서면 길은 시작된다.
전날 밤에 골라 두십시오. 기운이 덜 쓰이는 저녁에 미리 정하면 아침이 가벼워집니다. 편한 옷 몇 벌을 정해 두십시오. 고민 없이 손이 가는 기본 옷이요. 두 번까지만 갈아입기로 하십시오. 세 번째부턴 처음 옷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 손님처럼, 대개 처음 옷이 괜찮으니까요. 옷장을 조금 비우십시오. 앞서 못 버리고 쌓아 둔 물건을 다룬 글이 있는데, 선택지가 줄면 고르기도 쉬워집니다.
그 손님은 다음 주부터 전날 밤에 옷을 골라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침에 십 분이 남아서, 그 시간에 책을 몇 쪽 읽고 나온다고요. 옷보다 그 십 분이 더 좋다고 하시더군요.
거울 앞에서 망설이는 아침은 또 올 겁니다. 그래도 저는 문 앞에서 너무 오래 서 있지 않고, 아무 문이든 열고 나서며 아침의 맑은 기운을 하루에 아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