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그 얘기를 하는데 화면에 우리 동네가 지나갔거든. 몇 초였어.
나는 그거 보고 밥 먹다 멈췄다니까.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길이었어.
그 몇 초에 그 얘기가 갑자기 가까워지더라. 그게 제일 이상했어.
내용은 매일 듣던 거랑 같았잖아. 근데 화면에 아는 길이 나오니까 다른 얘기가 되는 거고.
무뎌졌다고 내가 썼는데 그날은 안 무뎌졌더라니까.
불나방 저도 봤어요. 그 길 맞죠.
전에 뉴스에 우리 또래가 나왔을 때 방에서 아무도 말을 안 했다고 내가 썼잖아. 너무 가까워서 그랬고.
이번엔 장소가 가까운 거였어. 그러니까 다들 그 얘기를 했더라.
사람이 나오면 조용해지고 장소가 나오면 떠들어지는 거라니까. 그 차이가 좀 웃겼어.
근데 그 길에서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냥 배경으로 지나간 거고.
화면에 나왔다고 그 길에 뭐가 생긴 게 아닌데 우리가 그렇게 느낀 거라니까.
내가 배경이 된 장면이라고 전에 썼는데, 이번엔 우리 동네가 배경이 된 거고.
돌부처 배경은 배경이지.
며칠 지나니까 다시 그냥 그 길이더라. 지나다니면서 아무 생각도 안 나.
그러니까 그 몇 초가 며칠만 살았던 거잖아. 그것도 좀 이상하고.
무뎌지는 게 며칠이면 되는 거였던 거라니까.
다음 날 방에서 물어봤더니 절반이 봤더라. 그 몇 초를 다들 본 거잖아.
근데 다들 같은 말을 했어. 그 길 맞지, 하고.
내용 얘기를 한 애는 하나도 없더라니까. 다들 길만 본 거고.
칼손 저는 내용은 기억 안 나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뉴스가 무슨 얘기였는지는 아직도 잘 몰라. 반은 못 알아들었고.
근데 그 길은 알잖아. 아는 게 하나 있으면 그 얘기가 통째로 가까워지는 거고.
그래서 방에서도 아는 걸로 얘기를 시작한다니까. 그게 제일 빠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