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뭘 볼지 고르다가 정작 아무것도 못 보고 잠드는 일이 많아요. 고를 게 너무 많으면 고르는 것 자체가 일이 되거든요. 미리 볼 것을 정해 두거나, 고르는 시간을 정해 두면 훨씬 덜 지쳐요.
손님 한 분이 들어오시면서 그러셨어요. "어젯밤 한 시간 동안 고르기만 하다 예고편만 열 개 보고 잤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카페에서 창밖이나 보겠다고 창가에 앉으셨어요. 고를 게 없으니 편하대요. 저도 그 말이 이해가 됐어요. 가게 끝나고 집에 가서 뭐 볼까 하다가 저도 그냥 잠든 적이 많거든요.
두 번째가 제일 커요. 아끼는 시간이라 더 신중해지고, 그러다 시간이 다 가요.
손님들이 해 보고 괜찮았다는 걸 모아 봤어요.
첫째, 볼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두세요. 낮에 누가 추천해 준 걸 바로 찜해 두면, 밤엔 거기서만 고르면 돼요.
둘째, 고르는 시간을 정하세요. 십 분 안에 못 정하면 처음 눈에 띈 걸 그냥 틀어요.
셋째, 이어서 볼 걸 하나 두세요. 시리즈 하나를 정해 두면 매일 고를 필요가 없어요.
넷째, 재미없으면 바로 끄세요. 끝까지 봐야 한다는 생각만 버려도 고르는 부담이 줄어요.
그 손님은 창가에서 한 시간 앉아 계시다 가셨어요. 나가시면서 "어제보다 훨씬 쉰 것 같아요" 하셨어요.
꼭 뭘 봐야 쉬는 건 아니더라고요. 화면을 끄고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저녁을 잘 보내는 방법이에요. 고르다 지친 날이라면 오늘은 그냥 꺼 두셔도 돼요.
고를 게 많을수록 마음이 바빠져요. 오늘 밤은 하나만 고르거나, 아무것도 안 골라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