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아주 잘 쓰시는 손님이 계셨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늘 감탄을 받는 분이었죠. 그런데 그림 그리기 책을 몇 번이나 빼 들었다 도로 꽂으시더군요. 왜 안 빌리시느냐 여쭈니 말씀하셨습니다. 잘 못할 게 뻔해서요.
잘하는 일엔 칭찬이 따라옵니다. 그 칭찬이 익숙해지면, 칭찬받지 못할 일은 피하고 싶어지죠. 서툰 모습이 낯섭니다. 한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분야에서 초보가 되는 게 더 견디기 어렵더군요. 잘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습니다. 못하는 모습이 그 이름을 깎을까 봐 겁이 나죠. 효율을 따집니다. 잘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게 더 남는 장사처럼 보입니다.
앞서 처음이 겁나는 성격을 적었는데, 그건 시작 앞의 떨림이었죠. 이건 조금 다릅니다. 서툰 저를 보는 게 싫은 마음이죠.
세상이 좁아집니다. 늘 하던 일만 하게 되니까요. 잘하는 일도 굳습니다. 다른 데서 배운 것이 들어오지 않으면, 잘하던 일도 같은 자리를 맴돌더군요. 실패를 견디는 힘이 약해집니다. 서툰 경험이 적을수록 작은 실패에도 크게 흔들리죠.
앞서 낙타 사자 아이를 적었습니다. 니체가 가장 높은 정신으로 꼽은 건 아이였죠. 아이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놀이하듯 시작하는 존재입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잘하는 사람이 되느라 그 놀이를 잃어버리는지도 모릅니다. 니체는 그 놀이를 되찾으라고 말하죠. 서툰 것 앞에서도 즐겁게 시작하는 정신이요.
잘하는 것만 하는 자는 어제의 자신을 반복한다. 서툰 것을 시작하는 자만이 내일의 자신을 만난다.
잘할 필요 없는 자리를 고르십시오.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 해 보는 겁니다. "초보"라는 이름을 먼저 붙이십시오. 처음부터 초보라고 말해 두면 서툰 모습이 덜 부끄럽죠. 작은 목표를 세우십시오. 그림이라면 "하루 한 장, 오 분." 잘 그리기가 아니라 그리기가 목표입니다. 잘하는 일과 섞어 보십시오. 그 손님이라면 글 옆에 작은 그림을 하나 붙이는 식으로요.
다음 주에 그 손님이 그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몇 주 뒤엔 독서모임 메모 옆에 작은 그림을 그려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엉망이라며 웃으셨는데, 다들 그 그림을 제일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서툰 시간은 누구에게나 불편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 시간을 제게 허락하고, 아이가 놀이를 시작하듯 새로운 것 하나를 제 손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