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손님 한 분이 열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셨습니다. 일을 쉬는 중이라고요. 그러고는 말씀하셨죠. 다들 일하는 시간에 저만 여기 있는 게 이상해요. 친구들 단톡방은 다 바쁘다는 얘기뿐이라고 하시더군요.
바쁨이 기준이 됐습니다. 앞서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버릇을 다룬 글이 있는데, 바쁘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죠. 남의 바쁨은 잘 보입니다. 남들은 바쁜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한가한 이야기는 잘 안 하더군요.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할 일이 없으면 제 자리가 없는 것 같은 불안이 들죠. 쉬는 걸 미안해합니다. 앞서 쉬는 걸 미안해하는 마음을 적었는데, 그 마음이 한가한 시간을 무겁게 만듭니다.
그 손님이 둘러본 열람실에도 평일 낮에 온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일을 쉬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은퇴한 사람, 밤에 일하는 사람. 앞서 낮에 도서관에 오는 직장인 이야기와 도서관 한산한 시간대를 다룬 글이 있는데, 평일 낮의 도서관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시간이 겹치는 곳이죠.
다들 바빠 보이는 건, 바쁜 사람만 소리를 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사람들이 여가를 부끄러워하고 쉼 없이 일하는 것을 시대의 병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생각할 틈 없이 서두르기만 한다고요. 앞서 니체 느리게 읽기를 적으며, 니체가 서두름의 시대를 경계했다고 했죠.
그리고 앞서 니체 정오 뜻을 적었는데, 차라투스트라가 만난 가장 완전한 순간도 한낮에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이었습니다.
빈 시간을 두려워하는 자는 그 시간을 남의 소음으로 채운다. 빈 시간을 견디는 자만이 그 안에 제 것을 심는다.
한가한 시간에 이름을 붙이십시오. "쉬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 "다시 고르는 시간." 이름이 생기면 덜 불안합니다. 작은 일 하나를 정하십시오. 하루 한 가지면 충분합니다. 책 몇 쪽, 산책 한 바퀴요. 남의 바쁨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앞서 남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 마음을 다룬 글이 있는데, 시간의 쓰임은 사람마다 다르죠. 이 시간에만 할 수 있는 걸 찾으십시오. 바빴다면 못 했을 것들이요.
그 손님은 그 뒤로 평일 낮마다 오셨습니다. 쉬는 동안 미뤄 둔 책들을 읽겠다고요. 몇 주 뒤엔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렇게 읽은 적이 처음이라, 이 시간이 지나면 아쉬울 것 같다고요.
한가한 시간은 앞으로도 불안하게 찾아올 겁니다. 그래도 저는 그 시간을 뒤처진 시간이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시간으로 보고, 거기에 제 것을 하나씩 심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