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에 한 줄만 적혀 있던 날이 있어요. 오늘은 그래도 나왔다, 라고요.
마감할 때 테이블을 닦다 보면 종이가 나와요.
대개는 계산할 일이나 일정 같은 거예요. 그런데 가끔 그런 게 아닌 것도 나와요. 누구한테 보내려던 말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한 문장이요.
그날 냅킨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어느 손님이 쓰신 건지도 모르고, 물어볼 수도 없고요.
몇 해 보니 대충 갈리더라고요.
세 번째가 좀 뭉클해요. 같은 문장을 두세 번 고쳐 쓴 흔적이 보이는 종이가 있었어요.
원칙을 정해뒀어요. 접어서 버려요.
읽으려고 해서 읽는 게 아니라 치우다 보면 눈에 들어와요. 그래서 저는 글씨가 보이면 바로 접어요. 그게 남의 자리에서 나온 거니까요.
다만 중요해 보이는 건 며칠 둬요. 연락처나 숫자가 적혀 있으면 찾으러 오실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단골 한 분이 다음 날 오셔서 찾아가신 적도 있어요.
집이나 사무실이 아니라 굳이 카페에서 적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혼자인데 완전히 혼자는 아니거든요. 사람 소리가 있고 누가 옆에 있는데 나를 아무도 모르는 상태요. 그 상태에서만 나오는 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가게 열기 전에 그랬어요. 다른 카페에 앉아서 계획을 적었어요. 집에서는 안 써지던 게 거기서는 써졌어요.
카페가 하는 일 중에 커피를 파는 것 말고 자리를 빌려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썼어요.
여기 앉아서 뭔가 적으셔도 되고, 그거 두고 가셔도 돼요. 저는 안 읽은 척할 수 있어요. 냅킨이 필요하시면 더 드리고요.
다시 찾으러 오셔도 되고요. 며칠은 두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