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내 것도 아닌데 내가 쓰는 게 있거든. 원래 아빠 거였어.
언제부터 내가 쓰게 됐는지 모르겠다니까. 준다고 하신 적도 없고.
이상한 게 그걸 다른 사람이 쓰면 내가 좀 이상해지더라. 동생이 쓰면 신경이 쓰여.
내 것도 아닌데 그러는 거잖아. 그게 좀 웃기면서 어쩔 수 없더라.
몇 년 쓰면 그렇게 되는 거라니까. 주인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되는 거고.
칼손 저희 집도 그런 거 있어요.
이거 알고 나서 방 생각이 났거든. 방에 있는 물건이 다 그런 거잖아.
주인이 없는데 다들 쓰는 거고, 그래서 안 돌아오는 게 생기는 거고.
근데 내가 늘 쓰는 컵이 하나 있는데 그건 아무도 안 쓰더라. 그러니까 주인은 아닌데 자리는 있는 거라니까.
웃긴 게 정한 적이 없으니까 더 확실하더라. 내 거라고 정하면 그건 뺏길 수도 있는 거잖아.
근데 아무도 정하지 않은 채로 몇 년 쓰면 아무도 안 건드리는 거고.
아무도 안 정한 규칙이 제일 잘 지켜지는 거랑 같은 거라니까.
돌부처 정하면 오히려 흔들리지.
그래서 방에서 자리를 안 정한다니까. 누구 자리라고 안 붙여.
대충 정해두는 건 하는데 이름은 안 쓰는 거고. 그러면 오래 앉은 애 자리가 저절로 생기니까.
이름을 붙이면 그 애가 그만둘 때 그 자리도 같이 없어지잖아. 안 붙이면 컵처럼 남고.
그리고 아빠가 그거 찾으시면 바로 돌려드린다니까. 원래 아빠 거니까 그건 확실하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내 게 뭔지도 잘 모르거든. 물려받은 것만 많고.
근데 오래 쓰면 그게 자리가 되는 거더라. 주인은 아닌데.
방에 있는 것도 다 그런 거라니까. 아무것도 내 게 아닌데 다 내 자리인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