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이 끝나고 다들 뒤풀이 장소로 몰려가셨습니다. 한 손님만 남아 서가 앞에 서 계시더군요. 다음 모임 책을 미리 고르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덧붙이셨죠. 어느 모임에 가도 늘 이렇게 가장자리에 있게 된다고.
말투는 담담했지만 오래 품은 말 같았습니다.
말의 박자가 다릅니다. 대화가 빨리 오가는 자리에선 한 박자 늦게 말을 꺼내게 되죠. 그사이 주제가 바뀌어 있습니다. 관심사가 조금씩 어긋납니다. 다들 같은 이야기에 웃는데 저만 그 이야기를 모르는 순간이 있더군요. 한 발 물러서서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끼어들기보다 지켜보는 쪽이 편한 분들이 있죠.
이건 결함이 아니라 기질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기질 때문에 늘 바깥에 있는 것 같은 쓸쓸함이 따라오죠.
어디에나 잘 섞이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은 한두 곳에만 깊이 속하고, 나머지 자리에선 조금씩 가장자리에 서 있죠.
그러니 모든 모임에서 가장자리라면, 아직 맞는 자리를 못 찾은 것일 수 있습니다. 혹은 한 사람과의 관계가 더 잘 맞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무리보다 둘이 편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니체는 평생 어디에도 쉽게 속하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을 떠났고, 여러 도시를 떠돌았고, 책은 오래 읽히지 않았죠. 앞서 자유정신을 적었는데, 니체는 그런 사람들이 언젠가 오기를 기다리며 썼다고 고백합니다.
차라투스트라도 산과 시장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않았기에 양쪽을 다 볼 수 있었죠.
무리의 한가운데서는 무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자리에 선 자만이 무리와 그 너머를 함께 본다.
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십시오. 무리 전체가 아니라 옆자리 한 사람이면 됩니다. 제가 잘하는 역할을 찾으십시오. 듣는 사람, 정리하는 사람, 책을 골라 오는 사람. 가장자리에서 더 잘 보이는 역할이 있죠. 맞는 자리를 계속 찾으십시오. 지금 모임이 안 맞는다면 다른 곳이 있을 겁니다. 앞서 독서모임 고르는 기준을 적었는데, 말하는 방식이 맞는 곳이 따로 있더군요.
그 손님은 다음 모임 책을 고르고 나서 한 권을 더 빌리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 그 책을 다른 분께 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둘이 함께 일찍 와서 이야기를 나누시더군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가장자리를 밀려난 자리가 아니라 제가 고른 자리로 삼고, 거기서 한 사람씩 제 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