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산에서 털든 물에서 털든 도적은 도적 아니냐고.
맞는 말인데 무림에서 대접이 달라. 그 얘기를 해볼게.
산적은 왜 항상 산에 있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녹림도 엄연한 문파라고.
녹림은 조직이야. 산채가 있고 두목이 있고 규율이 있어. 무림맹이 회합을 열면 이름이 오르기도 해. 정파는 아닌데 강호 안에 있어.
그래서 협상이 돼. 무협에서 산적을 만나면 통행세를 내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잖아. 값을 치르면 넘어가는 규칙이 있는 거야.
수적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강에도 도적이 있다고. 무협에 덜 나온다고도 썼지.
수적은 조직으로 안 그려져. 이름 있는 수채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 대개 그냥 배를 터는 무리로 나와.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자리 때문인 것 같아. 물 위에는 그물이 안 깔려. 소문이 안 돌고 객잔이 없고 분타도 없어. 무협 바다 얘기를 어제 적었는데, 강호가 물 쪽으로는 안 닿는다고 썼잖아.
이게 제일 큰 차이야.
세 번째가 무섭지. 수적 얘기를 적을 때 배 위에서는 도망칠 데가 없다고 썼어. 협상도 안 되고 도망도 안 되면 남는 게 없어.
정리하면 이래. 녹림은 자리를 잡고 값을 받아. 그 길을 계속 쓰려면 다 죽이면 안 되거든. 오래 해먹으려면 적당히 받아야 해.
수적은 한 번에 가져가. 다시 만날 일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남길 이유가 없지.
표국이 왜 항상 털리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신용장사라고. 그런데 녹림한테 털리는 거랑 수적한테 털리는 게 달라. 하나는 값을 치르고 지나가는 거고 하나는 통째로 잃는 거니까.
작품에서 쓰는 자리가 갈려.
녹림은 초반에 나와. 주인공이 강호에 나오자마자 만나는 첫 상대지. 이기면 실력을 보여주고 협상하면 머리를 보여줘.
수적은 판이 바뀔 때 나와. 육지 규칙이 안 통하는 걸 보여주려고 쓰는 거야. 그래서 중반 이후에 배를 타는 대목에서 나오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뺏는 놈은 다 같은 줄 알았어.
지금은 하나만 봐. 그놈들한테 이름이 있나. 산채 이름이 나오면 녹림이고 그냥 무리면 수적 쪽이야. 이름이 있으면 협상이 되고 없으면 안 돼.
어느 쪽이 나왔는지 말해봐. 그 대목이 어떻게 풀릴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