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문을 열려고 나갔더니 객잔 앞 담벼락 쪽에 누가 천을 펴놨어. 물건을 늘어놓고 앉아 있더라고.
처음 보는 사람이야. 말은 안 걸었어. 그냥 문을 열고 들어왔지.
하루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음 날도 있었어. 그러다 며칠 사이에 셋이 됐어.
다 다른 사람이야. 파는 것도 다르고. 하나는 나물 같은 걸 놓고, 하나는 손으로 만든 걸 놓고, 하나는 뭔지 모르겠는 잡동사니야.
물 긷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우물 쪽에도 늘었대. 옆 가게 사장도 봤다고 하고.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더라고.
이유를 짐작해보려다 말았어. 빈 가게 얘기랑 붙이면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새 가게 얘기를 어제 적으면서 짧게 세고 크게 말하면 안 되겠다고 썼잖아.
그 말을 하루 만에 어기고 싶지 않아. 며칠 본 걸로 이유를 대면 또 틀릴 거야.
혹시 비슷한 게 있나 찾아봤어. 가게 없이 길에 펴는 사람.
있긴 있어. 장터에 앉는 사람들이 나와. 그런데 그게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아. 배경으로 지나가지.
강호엔 왜 보통 사람이 안 보이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림은 인구가 백 명쯤인 세계라고. 무협 농사 얘기에도 짓는 사람이 안 나온다고 썼고. 길에 펴는 사람도 그 안 그려지는 쪽이야.
솔직히 처음엔 좀 걸렸어. 앞을 막는 건가 싶어서.
그런데 며칠 보니까 아니야. 파는 게 달라서 겹치지를 않아. 오히려 사람이 앞에 서 있으니까 객잔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늘었어. 서서 구경하다가 들어오는 손님도 있었고.
새 가게 얘기를 어제 적었어. 빈 데가 늘면 더 안 오고 열린 데가 늘면 더 온다고. 세어봐야 안다고 썼는데, 이건 세기 시작했어.
셋 다 아직 말을 안 걸었어. 뭘 파는지도 안 물어봤고.
호객 얘기를 전에 적었어. 안 부르기로 정했다고. 그건 손님 얘기였는데 이 사람들한테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물어보면 뭔가 참견이 될까 봐.
남의 가게 얘기를 어제 적었어. 손님으로 앉아보니 말을 못 하겠더라고 썼지. 이것도 그런 자리인 것 같아.
앞에 펴는 건 상관없어. 자리는 넓으니까. 추우면 들어와서 몸 녹여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