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은 그해 갓 수확한 쌀이라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물을 부으면 밥이 질어지기 쉬워요. 물을 조금 덜 붓기만 해도 햅쌀 특유의 윤기와 단맛이 훨씬 잘 살아요.
손님 한 분이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질척한 밥이었어요. 시골에서 부모님이 햅쌀을 보내 주셨는데, 평소처럼 지었더니 죽처럼 됐대요.
"부모님한테 맛있다고 해야 하는데 말을 못 하겠어요" 하셨어요. 저도 처음 햅쌀 받았을 때 똑같이 실패해서 웃음이 났어요. 물 양만 바꾸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다음 주에 오셔서 이번엔 성공했다고 하셨어요.
쌀은 수확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말라요.
그러니까 햅쌀은 이미 물을 조금 품고 있는 셈이에요. 그만큼 덜 넣어 주면 돼요.
첫째, 쌀은 가볍게 씻으세요. 햅쌀은 겉이 연해서 박박 문지르면 쌀알이 부서져요. 두세 번 헹구는 정도면 충분해요.
둘째, 물은 평소보다 조금 줄이세요. 밥솥 눈금보다 살짝 아래로 맞추시면 돼요. 처음엔 조금씩 줄여 가며 내 입맛에 맞는 선을 찾으세요.
셋째, 불리는 시간도 짧게 하세요. 햅쌀은 오래 불리지 않아도 잘 익어요.
다 지어지면 바로 주걱으로 위아래를 섞어 주세요. 김이 빠지면서 밥알이 덜 뭉쳐요.
한 포대를 혼자 먹으려면 오래 걸려요. 그동안 쌀이 마르면서 물 양이 다시 달라져요. 그래서 처음엔 덜 붓다가, 한두 달 지나면 조금씩 늘리시면 돼요.
남은 쌀은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밀폐해서 두세요. 혼자라면 작은 통에 나눠 담아 두는 것도 좋아요.
저는 가게에서 저녁을 늦게 먹을 때가 많아서 밥을 한 번에 지어 한 공기씩 얼려 둬요. 햅쌀로 지은 밥은 얼렸다 데워도 확실히 덜 퍼석해요.
갓 지은 밥 한 공기가 하루를 꽤 많이 달래 줘요. 오늘 저녁은 따뜻한 밥 드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