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다 풀었는데 아직 남의 동네 같다는 말씀을 자주 들어요. 저도 그랬어요.
이사 온 지 반년이 됐는데 아직도 다른 동네에서 장을 봐 오신다던 손님이 계셨어요.
살던 곳이 편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러면 새 동네는 계속 잠만 자는 곳으로 남아요. 익숙해질 기회가 안 생기니까요.
동네가 생기려면 여기서 뭔가를 해야 하더라고요. 저도 가게를 열고 나서야 이 동네가 제 동네가 됐어요.
전부 새로 만들려고 하면 지쳐요. 저는 셋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 셋이 정해지면 동네 안에 다니는 길이 생겨요. 길이 생기면 얼굴이 눈에 익고, 얼굴이 익으면 그때부터 동네예요.
이건 실용적인 얘기예요.
가까운 병원, 약국, 편의점, 세탁소 위치는 미리 봐두세요. 급할 때 찾으면 늦어요. 저는 가게 열고 나서 물이 새던 밤에 철물점을 못 찾아서 고생했어요.
그리고 쓰레기 버리는 요일이랑 방법이요. 동네마다 다른데 이걸 모르면 처음 몇 주가 계속 걸려요.
이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이웃부터 사귀려고 하면 어려워요.
먼저 가게에 얼굴을 익히시는 게 순서가 맞더라고요. 같은 데를 몇 번 가시면 알아봐주세요. 그게 쌓이면 지나다니다 눈인사를 하게 되고요.
저희 가게에도 그렇게 시작하신 분들이 계세요. 처음엔 아무 말 없이 오시다가 몇 달 지나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동네는 아는 사람이 생겨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주 가는 데가 생겨서 만들어지더라고요.
시간이 걸리는 게 정상이에요.
몇 달 만에 정 붙는 곳도 있고 몇 해가 걸리는 곳도 있어요. 아직 낯설다고 잘못 온 게 아니에요. 저도 이 동네에 오래 있었는데 처음 일 년은 계속 어색했어요.
이사 오셨으면 자주 갈 데 세 곳만 정해보세요. 그거면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