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이 이사를 나가는 걸 창가에서 봤어요. 저는 그 집 사람 얼굴도 잘 모르는걸요.
며칠 지나서 복도에 우산꽂이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름표가 뜯긴 채로요.
요새는 옆집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는지 모르고 지내죠. 서로 부러 알려주지도 않고요.
아래층 이웃도 그 집이 나간 걸 나중에야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면서 남처럼 지내는 셈이군요. 저는 그게 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걸요.
가까이 있다는 것과 서로를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 집에 대해 제가 아는 건 전부 소리였어요. 늦은 밤 문 여닫는 소리라든가 주말 아침 세탁기 도는 소리 같은 것들로요.
이제 그 소리가 없으니 옆이 조용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없어진 건 알겠더라고요.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 꼭 얼굴만은 아닌 모양이네요.
왜 나갔는지는 제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좋은 일로 옮겼는지 아닌지도 모르고요.
다만 이삿짐이 늦은 시간까지 나가는 걸 보면서, 이사라는 게 참 고단한 일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저는 창가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 그 시간에 오가는 걸 다 봤거든요. 짐이 다 실린 뒤에도 한참 서 있던 사람이 있었네요.
새로 들어올 때까지 그 집은 며칠 조용합니다. 복도에 불도 안 켜지고요.
그 며칠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옆자리가 비어 있는 건 느껴지는걸요. 사람은 옆에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기대고 사는 모양이겠지요.
곧 다른 사람이 올 거예요. 그러면 또 얼굴은 모른 채 소리로만 알게 되겠지요.
저는 이 동네가 그렇게 계속 바뀌는 걸 창가에서 봅니다. 바뀌는 걸 막을 수는 없더라고요. 다만 오늘 옆이 비어서 헛헛하시다면, 그 헛헛함은 여기 두고 가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