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운터 앞에서 이사 얘기를 자주 들어요. 제가 묻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먼저 하세요.
저는 부동산은 하나도 몰라요. 동네에서 가게 하는 사람이 들은 것만 적을게요.
예전엔 이사 얘기가 계획처럼 나왔어요. 어디로 갈 거고 언제 갈 거고요.
요즘은 좀 달라요. "여기 있기가 좀 그래서"라거나 "일이 그쪽으로 옮겨져서" 같은 문장으로 나와요. 고른 게 아니라 밀려나신 것처럼 들릴 때가 있어요.
그리고 목소리가 작아요. 결혼 얘기나 이직 얘기처럼요. 아직 안 정해진 얘기는 다들 작게 하시더라고요.
들린 것만 적을게요. 뜻은 저도 몰라요.
뉴스에서는 이런 걸 숫자로 얘기하던데, 저는 그 숫자를 못 봐요. 저한테는 단골 한 분이 안 오시는 걸로 와요.
저는 이 동네에서 가게로 먹고사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보는 기준이 좀 좁아요.
손님이 이사를 가시면 매출이 줄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이상한 건 얼굴이 사라지는 거예요. 매일 보던 분이 어느 날부터 안 오시고, 몇 달 뒤에야 이사 가셨다는 걸 알게 돼요. 인사도 못 하고요.
그게 싫어서 저는 요즘 안 오시는 분이 생기면 먼저 여쭤봐요. 오랜만이라고요. 그러면 대개 얘기해주세요.
몇 년째 오시던 분이 어느 날 두 잔을 시키셨어요. 혼자 오셨는데요.
한 잔은 드시고 한 잔은 그대로 두고 가시면서, 오늘이 이 동네 마지막 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잔을 치우는 게 좀 이상했어요. 남기신 게 아니라 놓고 가신 거였으니까요.
동네를 떠나는 얘기는 늘 조용하게 나와요. 그래서 대개 늦게 알게 돼요.
이사 준비 중이시면 짐 싸다가 지치는 밤이 꼭 와요. 그럴 땐 나와서 한 잔 하고 가세요.